8월 29일 — 가보정에서 화성까지
수원 가보정에서 점심을 먹었다. 갈비를 먼저 굽고, 밥과 반찬은 나중에 곁들였다. 상차림이 넉넉했다.
가보정 점심
불판에 올리기 전 갈비는 흰 접시에 펼쳐 나왔다. 붉은 살 사이로 흰 결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칼집이 비스듬히 들어가 있었다. 한 판을 통째로 올리면 불판이 가득 찼다. 접시 가장자리까지 고기가 넘칠 만큼 넓게 펴져 있었다. 고기 한 장이 접시 한 면을 거의 다 덮었다. 고기 색이 짙은 붉은빛이었다.

반찬 그릇이 식탁을 빈틈없이 채웠다. 가운데 불판 위에서 갈비가 익어 갔다. 샐러드와 전, 나물이 접시마다 따로 담겼다. 맑은 국물도 한 그릇씩 나왔다. 흰 그릇과 유리 그릇이 뒤섞여 식탁 한 면을 덮었다. 초록 채소가 접시마다 조금씩 올라갔다. 식탁 끝에서 손이 반찬 쪽으로 뻗어 왔다. 불판 둘레로 작은 종지들이 줄지어 섰다.

식사를 마치고 화성으로 걸어갔다. 팔달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 성 안으로 들어섰다. 날이 맑고 볕이 강했다. 양산을 펴 들고 걸었다.
팔달문에서 성곽 길로
팔달문 앞 횡단보도는 사람과 차가 함께 붐볐다. 아내가 흰 양산을 들고 아들 손을 잡았다. 성문 아래 그늘로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보였다. 성문 벽은 큰 돌을 층층이 쌓아 올렸다. 아치 안쪽으로 반대편 하늘이 밝게 비쳤다. 횡단보도 흰 줄이 성문 앞까지 이어졌다. 길가에 검은 SUV 한 대가 서 있었다.

성곽 길을 따라 걸었다. 오른쪽으로 돌을 쌓은 성벽이 이어졌고, 왼쪽 아래로는 마을과 낮은 산이 내려다보였다.
성곽 길은 잔디 둔덕을 따라 굽이졌다. 아내는 검은 양산을 들었다. 아들은 앞서 걷다 멈춰 섰다. 모자를 쓰지 않아 볕을 그대로 받았다. 반바지 차림이었다. 길 끝으로 성문 지붕과 깃발이 보였다. 오른쪽 성벽은 길을 따라 곧게 이어졌다. 왼쪽 잔디 비탈 아래로 마을 지붕들이 내려다보였다. 길바닥에는 둥근 표지가 박혀 있었다.

봉돈 부근, 검은 벽돌을 둥글게 쌓은 벽 앞을 지났다. 벽 아래에는 안내판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봉돈과 대포
봉돈의 검은 벽돌 벽은 성곽의 회색 돌과 색이 달랐다. 아들이 안내판 앞을 뛰어 지나갔다. 벽 가운데로 검은 기둥 하나가 서 있었다. 벽돌은 가로로 길게, 틈 없이 맞물려 있었다. 바닥에는 넓적한 돌판이 깔렸다. 한쪽 구석에 검은 쓰레기통이 놓여 있었다. 벽 위쪽으로 성곽 지붕 끝이 살짝 보였다.

전시된 대포 앞에서 아들이 포신 뒤에 서서 장난을 쳤다.
대포는 녹슨 쇠 빛이었다. 바퀴 달린 받침 위에 포신이 길게 놓였다. 아들이 포신 끝을 붙잡고 서서 이쪽을 봤다. 뒤로 성벽 너머 건물과 간판이 보였다. 대포 앞에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포신 옆면에 오래된 쇠의 얼룩이 번져 있었다. 성벽 안쪽 바닥은 모래가 깔린 마당이었다.

성곽 총안 옆에 서서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총안은 성벽 위에 작은 네모 구멍으로 뚫려 있었다. 아들이 두 손을 뒤로 모으고 섰다. 성벽 위로 나무와 하늘이 넓게 트였다. 성벽 돌은 크기가 제각각이었지만 줄은 가지런했다. 멀리 기와지붕이 나무 사이로 조금 보였다. 성벽 윗단은 납작한 돌로 덮여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옅게 퍼졌다.

더웠다. 그늘을 찾아 걷다가 근처 카페 한섬에 들러 빙수를 먹었다.
카페 한섬 빙수
카페 한섬에서는 과일 빙수를 시켰다. 빙수 위에 카페 이름이 적힌 분홍 깃발이 꽂혀 있었다. 노란 과일과 분홍 과일이 얼음 위에 수북했다. 유리 그릇이 나무 탁자 위에 놓였다. 깃발 글씨는 손글씨 모양이었다. 그릇 앞에 숟가락이 놓였다.

그때와 지금
점심부터 빙수까지 반나절 동선이었다. 가보정에서 팔달문까지는 걸어서 이동했고, 성곽 길을 따라 봉돈을 지나 카페에서 쉬었다. 한여름 볕이 강해 양산과 물이 필요했다. 아들은 대포와 총안 앞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다. 성곽 길은 경사가 완만해 아이와 함께 걷기에 무리가 없었다.
8월 말이었지만 한여름처럼 더웠다. 다음에는 해가 기운 오후에 성곽 길을 걷겠다. 그늘이 길어지면 봉돈 앞 벽돌 색도 더 깊게 찍힐 것이다. 가보정 점심, 팔달문과 성곽 길 산책, 봉돈과 대포 구경, 카페 한섬 빙수로 이어지는 순서는 그대로 다시 해도 좋을 코스였다. 여름이라면 모자와 양산을 둘 다 챙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