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구름 아래 내장사 마당과 석등, 뒤로 산

Z9을 팔고 Z8을 샀다 — 무게를 버리고 남긴 것

7월 19일에 주문했고, 상자는 그 뒤에 왔다. 여는 데 걸린 시간보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훨씬 길었다. 긴 쪽부터 적어 둔다.

1. Z9을 팔았다

이전 바디는 Z9이었다. 사진에 관해서는 불만이 없었다. 불만은 목과 어깨에 있었다. 세로 그립이 일체형인 바디는 하루 종일 걸고 다니면 저녁에 무게가 숫자로 느껴진다. 여행지에서 렌즈를 두 개 가져가면 가방이 먼저 지쳤다. 그래서 팔았다.

팔고 나서 한동안 바디가 없었다. 렌즈는 남아 있었다. 원래 F 마운트 시절부터 니콘을 썼기 때문에 50mm f/1.4, 24-70 N, 70-200 같은 F 렌즈가 그대로 있었고, Z9을 쓸 때 사 둔 FTZ II 어댑터로 계속 물려 쓰고 있었다. 이 렌즈들이 다음 바디의 조건을 정했다. 마운트를 바꿀 이유가 없었다.

2. 후보를 놓고 본 것

Z 마운트 안에서 넷을 놓고 봤다. Zf, ZR, Z7 II, 그리고 Z8.

후보 이 카메라를 보게 된 이유 빠진 이유
Zf 가볍고, 다이얼로 조작하는 방식이 끌렸다 플래그십이 아니었다
ZR 영상 쪽으로 새로 나온 바디라 한 번은 봐야 했다 사진이 주목적인 나와 방향이 달랐다
Z7 II 45MP대 화소를 가장 싸게 얻는 길이었다 기계식 셔터 세대. Z9을 써 본 뒤라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Z8 Z9의 센서와 엔진을 작은 바디에 넣은 기종

솔직하게 적으면, 표는 나중에 정리한 것이고 실제 순서는 반대였다. 플래그십 바디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있었고, 그 마음을 무게 때문에 접은 것이 Z9 매각이었다. 그러니 다음 바디는 “플래그십인데 가벼운 것”이어야 했고, 니콘 안에서 그 조건에 맞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Zf와 ZR과 Z7 II는 그 결론을 확인하기 위해 본 것에 가깝다.

3. Z8이 Z9에서 물려받은 것

니콘 제품 페이지의 주요사양을 기준으로 옮겨 적는다.

항목 Z8
유효 화소 4,571만 화소, 35.9×23.9mm 적층형 CMOS
화상처리 엔진 EXPEED 7
셔터 전자 셔터만 탑재, 기계식 셔터 없음, 센서 실드 있음
셔터 속도 1/32000~30초(M 모드 900초까지)
ISO 64~25600
연속 촬영 고속 연속 촬영 약 20fps, 고속 프레임 캡처 C120 약 120fps(약 11MP JPEG)
프리 캡처 셔터 누르기 최대 1초 전부터 기록
EVF 0.5형 약 369만 도트, 3000cd/m²
후면 모니터 3.2형 약 210만 도트, 가로·세로 4축 틸트
카드 슬롯 CFexpress Type B/XQD + SD(UHS-II)
배터리 EN-EL15c, 뷰파인더 촬영 약 340매
크기·무게 약 144×118.5×83mm, 약 910g(배터리·카드 포함), 본체만 약 820g
사용 온도 -10~40℃

출처: 니콘이미징코리아 Z8 제품 페이지

제품 페이지는 Z9 대비 부피를 약 30% 줄였다고 적고 있다. 센서와 EXPEED 7, 기계식 셔터를 없앤 구조, 4축 틸트 모니터, 프리 캡처까지 Z9에서 그대로 넘어왔다. 무게는 910g. 사양표의 숫자 차이는 그 정도지만, 손에 들었을 때의 체감은 숫자와 다르다. Z9을 잡던 손으로 잡으면 절반쯤 가벼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세로 그립이 빠지면서 무게중심이 손 안으로 들어온 탓일 것이다.

세로 그립을 자주 쓰지 않는다. 필요하면 파워 배터리 팩 MB-N12를 붙이면 되고, 붙이지 않으면 그 무게만큼 가볍다. 이 한 줄이 Z9을 팔 때 하지 못했던 선택을 Z8에서는 할 수 있게 해 준다.

4. 셔터가 없다는 것

Z9을 쓰면서 이미 익숙해진 부분이라 새삼스럽지는 않았지만, 처음 Z 시스템으로 넘어오는 사람이라면 가장 낯설 지점이니 적어 둔다.

Z8에는 기계식 셔터가 없다. 제품 페이지는 이것을 “기계식 셔터리스 기구”라고 부르고, 적층형 CMOS의 읽기 속도로 롤링 셔터 왜곡을 최소한으로 억제한다고 설명한다. 셔터 소리는 전자음으로 켜고 끌 수 있고, 펌웨어 2.00부터는 소리 종류를 5가지 중에서 고른다.

실내에서 아이를 찍을 때 셔터 진동과 소리가 없다는 것, 그리고 셔터 막이 마모될 걱정이 없다는 것. 두 가지 모두 내가 찍는 사진에 그대로 해당됐다. Z7 II를 후보에서 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45MP 화소는 같아도 셔터가 다르면 다른 카메라다.

5. 렌즈 — 24-120 키트를 고른 이유

바디 단품이 아니라 NIKKOR Z 24-120mm f/4 S 키트로 샀다. F 렌즈가 세 개나 있으면서 왜 줌을 하나 더 샀는지는, 여행지에서의 습관 때문이다.

24-70 N과 70-200을 FTZ II로 물리면 화질에는 불만이 없다. 문제는 여행에서 렌즈를 갈아 끼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24에서 120까지 하나로 가면 골목에서 인물까지 한 렌즈로 끝난다. 그리고 FTZ II를 빼면 그만큼 전체 길이와 무게가 준다. Z9을 판 이유가 무게였는데 어댑터 하나를 항상 달고 다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F 렌즈는 그대로 둔다. 50mm f/1.4는 실내에서, 70-200은 필요한 날에. 제품 페이지는 FTZ II 장착 시 94종의 F 렌즈에서 고속 프레임 캡처가 가능하다고 적고 있어, 어댑터로 물려도 기능이 크게 제한되지는 않는다.

6. 망설인 것

  • 값. 24-120 키트를 hmall에서 586만 원, 60개월 무이자로 샀다. 월 부담이 10만 원 아래로 내려온다는 계산이 마지막 망설임을 끝냈다.
  • 메모리카드. CFexpress Type B는 SD보다 비싸다. SD 슬롯이 하나 있으니 당장은 SD로 버틸 수 있다.
  • 파일 크기. 제품 페이지 기준 고효율 RAW 약 21.1MB, 고효율★ 약 32.6MB, 비압축 RAW 약 51.6MB. 고효율 RAW로 놓으면 45MP치고는 다룰 만하다.
  • 이미 한 번 판 브랜드의 플래그십 계열을 다시 산다는 것. 이건 계산이 아니라 미련의 문제였고, 계산으로는 이기지 못했다.

7. 상자를 열고

동봉품은 배터리 EN-EL15c, 충전기 MH-25a, USB 케이블 UC-E24, 스트랩, 바디 캡, 케이블 클립, 액세서리 슈 커버, 아이컵. 충전기가 따로 들어 있는 것이 반가웠다.

처음 든 느낌은 무게가 아니라 손에 남는 여백이었다. Z9을 잡던 손으로 잡으니 새끼손가락이 밑으로 조금 남는다. 910g은 손바닥 안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았고, 목에 걸었을 때 비로소 Z9과의 차이가 숫자가 됐다.

8. 첫 촬영 — 여름휴가

첫 촬영은 이번 여름휴가였다. 사진은 찍은 순서대로 다섯 장. 렌즈는 24-120 하나였고, 아이 얼굴은 흐리게 처리했다.

순창 내장사 극락전 정면, 여름 산을 배경으로 한 단청과 석등
내장사 극락전

처마 밑 단청이 그늘에 있고 산은 빛을 받고 있다. 이 노출 차이를 한 장에 담는지가 첫 번째 시험이었다. 45MP는 처마의 단청 무늬를 크롭해도 남긴다.

파란 하늘과 구름 아래 내장사 마당과 석등, 뒤로 산
내장사 마당

정오에 가까운 빛. 하늘 파랑이 니콘 특유의 방향으로 나온다. 픽처 컨트롤은 표준으로 두었다.

군산 초원사진관 간판 아래 서 있는 아이(얼굴 블러 처리)
군산 초원사진관

군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남은 사진관 앞. 간판의 붉은 글씨와 흰 벽, 낡은 스쿠터. 사람이 많아 아이가 서 있는 순간이 짧았는데, 셔터 소리가 없어 아이가 카메라를 의식하기 전에 끝났다.

초록 논 사이 길에 서서 손가락으로 브이를 하는 아이(얼굴 블러 처리)
논길

세로 구도. 4축 틸트 모니터를 세로로 젖혀 허리 높이에서 찍었다. 24-120의 망원 끝 f/4로도 논이 뒤로 물러난다.

해 질 녘 호수와 다리 조명의 보케를 배경으로 경례하는 아이(얼굴 블러 처리)
저녁 호수

해가 진 뒤 다리 조명이 켜지고, 하늘이 보라색으로 남아 있던 몇 분. 아이 얼굴에 초점을 두면 뒤의 불빛이 원으로 풀린다. 이 장면에서 -9EV까지 잡는다는 AF 검출 범위가 어떤 뜻인지 알았다. 어둑한데 눈에 초점이 붙었다.

9. 남겨 두는 것

이 글은 후기가 아니라 결정의 기록이다. Z9을 팔고 Z8을 산 것이 무게의 문제였는지, 플래그십에 대한 미련의 문제였는지는 반년쯤 지나야 알 것이다. 지금 적을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여름휴가 내내 카메라가 가방 안이 아니라 목에 걸려 있었다는 것. Z9 때는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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