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에 들른 벤츠박물관
출장 일정 중 반나절이 비었다. 동행과 함께 슈투트가르트의 벤츠박물관으로 향했다. 건물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도착

은색 타원이 겹겹이 쌓인 외관이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왔다. 건물 앞 분수 옆으로 파란 글자의 안내판이 크게 서 있다. 하늘은 흐렸지만 유리창마다 구름이 비쳐 건물 자체가 하나의 조형물 같았다. 입구까지 걸어가는 동안 셔터를 몇 번이고 눌렀다.

분수 앞에서 동행과 나란히 섰다. 뒤로 보이는 나선형 외벽이 사진에 온전히 담겼다. 얼굴은 가리고 자세만 남겼다. 이런 사진 한 장 정도는 방문 기록으로 남겨둘 만하다.
초기 자동차의 방

지하 전시실 초입에 낡은 가스기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커다란 플라이휠과 황동 부품이 조명 아래 반짝였다. 1880년대 물건이라는 설명판이 붙어 있었다. 자동차 이전에 이런 기계가 먼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유리 진열장 안에 누렇게 바랜 특허 문서가 걸려 있었다. 벤츠(Benz)의 이름과 도면이 선명했다. 손글씨 서명 하나가 문서 위쪽에 남아 있다. 종이 한 장이 자동차 산업의 시작점이라는 게 실감났다.

마차 모양 그대로인 차체에 큰 바퀴 두 짝이 붙어 있었다. 지붕은 가죽을 접어 만든 형태였다. 램프와 벨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 도로 위 모습이 그려졌다. 바퀴살 하나하나가 나무로 짜여 있었다.

1899년형 벤츠 도스아도스(Dos-à-Dos)가 조명 하나만 받으며 서 있었다. 앞뒤로 등을 맞댄 좌석 구조가 이름 그대로였다. 노란 바퀴살과 검은 몸체의 대비가 강했다. 옆에 놓인 흑백 사진 자료가 실제 주행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려한 시대의 전시홀

위층 난간에서 내려다본 홀은 금빛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붉은 가죽 좌석의 차와 크림색 차체가 바닥을 채우고 있다. 천장에는 유리구슬 조명이 줄줄이 매달려 있었다. 한 층 내려가는 동안 시선이 계속 아래로 향했다.

황동 헤드램프 두 개를 단 경주형 차량이 회전판 위에 놓여 있었다. 번호판에 ‘500 M’이라는 표기가 보였다. 좌석은 하나뿐이고 몸체는 낮고 길었다. 속도를 위해 만들어진 형태라는 게 한눈에 들어왔다.

빨간 이층 버스 한 대가 실내 한가운데 서 있었다. ‘VANGUARD’와 ‘LIPTON’이라는 옛 광고 문구가 옆면에 그대로 남아 있다. 런던 시내버스로 쓰이던 차라고 했다. 나무 계단과 좁은 창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천장에 항공기 엔진 하나가 프로펠러째로 매달려 있었다. 실린더가 절반쯤 잘려 내부 구조가 훤히 드러나 있다. 초록색 프레임과 은색 부품의 조합이 무거워 보였다. 자동차 회사가 비행기 엔진까지 만들던 시절의 흔적이었다.
광장에서 쉬어가다

박물관을 나서니 도심 광장에 장이 서 있었다. 색소폰 연주자 한 명이 케이스를 열어놓고 혼자 연주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 몇이 걸음을 늦췄다. 발밑 상자에는 동전 몇 개가 놓여 있었다.

광장 끝에는 기둥 하나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꼭대기의 동상이 구름 사이로 살짝 비쳤다. 잔디밭에는 천막과 무대가 세워져 있어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돌렸다.
박물관 하나에 반나절이 통째로 들어갔다. 시간이 된다면 다음 출장길에도 다시 들를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