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주산지, 물 위에 뜬 왕버들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주차장에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초록이 우거진 여름이었다.
들머리, 좁은 산길

자갈길 초입에서 산줄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능선 한쪽이 절벽처럼 잘려 나가 있었고, 짙은 나무가 그 위를 덮고 있었다. 앞선 사람들의 뒷모습이 길 끝에 작게 찍혔다.

산길이 이어지며 절벽은 더 가까워졌다. 나무 사이로 회백색 바위 결이 드러났다. 길 오른쪽으로 낮은 축대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흰 양산을 편 사람도 눈에 띄었다.
자연관찰로 표지판

입구 안내판에 자연관찰로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700m, 저수지를 크게 돌아 나오는 구간이었다. 참나무·소나무·왕버들 이야기판이 길목마다 붙어 있다고 표시돼 있었다. 맨 끝에는 왕버들 사진과 함께 저수지의 보물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왕버들과 마주하다

숲길이 끝나자 물이 열렸다. 짙은 초록 물 위로 마른 가지의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뿌리째 물에 잠긴 채였다. 산줄기가 그대로 수면에 비쳤다.

나무 데크 난간을 따라 저수지가 한눈에 담겼다. 물빛은 짙은 녹갈색이었다. 건너편 산은 옅은 안개에 덮여 있었다. 난간 목재는 오래돼 결이 거칠었다.

조금 더 걸어 나오자 저수지가 가장 넓게 트였다. 나무 한 그루가 물 가운데서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산줄기 두 겹이 물 위에 고스란히 담겼다. 발을 멈추고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물 위에 뜬 뿌리

물가로 다가서자 나무 밑동이 드러났다. 뿌리는 자갈밭 위로 넓게 벌어져 있었다. 줄기는 몸을 비틀며 위로 뻗었다. 잎은 가지 끝에만 겨우 붙어 있었다.

그루터기 하나가 물 밖으로 완전히 나와 있었다. 껍질은 벗겨지고 속살이 회색으로 말라 있었다. 그 틈에서 풀 몇 포기가 새로 돋아났다. 죽은 나무와 자라는 풀이 한 몸처럼 붙어 있었다.

다른 나무는 아직 물속에 뿌리를 담그고 있었다. 줄기가 수면 위에서 크게 휘어 반영을 만들었다. 물은 흔들림 없이 나무를 그대로 되비쳤다. 초록과 갈색이 위아래로 겹쳐 보였다.
표지석에서 나오는 길까지

바위 위에 작은 돌기둥이 서 있었다. 지의류가 하얗게 번진 오래된 바위였다. 기둥 너머로 저수지 물줄기가 굽어 흘렀다. 마른 가지 하나가 화면 오른쪽으로 걸쳐 있었다.

되돌아 나오는 길은 올 때보다 한적했다. 바위산 봉우리가 다시 정면으로 보였다. 몇몇 일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었다. 발밑에는 흰 자갈이 가지런히 깔려 있었다.

길 옆 바위벽이 유난히 컸다. 갈라진 결을 따라 밝은 회색과 붉은 얼룩이 섞여 있었다. 꼭대기에는 풀과 나무가 얹혀 있었다. 아래쪽은 그늘에 잠겨 어두웠다.
청송의 들녘을 지나며

산을 벗어나자 넓은 들이 펼쳐졌다. 낮은 지붕의 창고 하나가 과수원 사이에 놓여 있었다. 산줄기는 몇 겹으로 겹쳐 멀리까지 이어졌다. 초록이 끝없이 펼쳐진 여름 들이었다.
짧은 걸음이었지만 왕버들 한 그루가 오래 남았다. 물이 더 맑은 계절에 다시 와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