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부석사, 가을 산길을 걷다
시월 초, 동행과 함께 영주로 향했다. 절 구경도 하고 산길도 좀 걸어볼 생각이었다. 부석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화 끈부터 고쳐 맸다.
태백산부석사, 오르는 길

안내판 앞에서 동행이 걸음을 멈췄다. 지도를 짚어가며 갈 길을 가늠하는 눈치였다. 안내판 너머로 매표소 지붕이 살짝 걸렸다.

화강암 기둥 셋이 길목에 나란히 서 있었다. 산불조심이라 적힌 붉은 글씨가 선명했다. 여기서부터 절 안으로 이어지는 진입로였다.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곧게 뻗어 있었다. 잎은 아직 짙은 초록이라 가을 티가 나지 않았다. 앞서 걷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길 끝으로 작아졌다.

일주문을 지났다. 현판에는 태백산부석사라 적혀 있었다. 문턱을 넘어서며 산길에 든 것을 실감했다.
무량수전으로 가는 길

계단 아래에서 올려다본 전각은 온통 비계로 덮여 있었다. 보수공사가 한창이라 지붕만 겨우 드러나 있었다. 사람들이 그 아래를 작게 오가고 있었다.

부석, 뜬돌이라 불리는 바위 앞에 섰다. 큰 바위가 작은 바위 위에 얹힌 모양이 신기했다. 이끼가 낀 틈으로 가을볕이 얕게 들었다.

전각 옆 공터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지며 흐릿하게 멀어졌다. 발아래로 절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무량수전과 석등

난간 앞에서 동행과 나란히 사진을 한 장 남겼다. 뒤로는 방금 지나온 산줄기가 그대로 펼쳐졌다. 배낭을 멘 채로 어깨동무를 하고 섰다.

석등 옆, 공사 가림막을 배경으로 다시 한 장 찍었다.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는 쪽은 동행이었다. 석등 몸돌에 새겨진 문양이 가까이서 보였다.

돌사자가 받친 석등을 좀 더 가까이 담았다. 지붕돌 여덟 모서리가 하늘로 살짝 들려 있었다. 뒤로 지나가는 다른 방문객들이 작게 스쳤다.

내려오는 계단 중턱에서 뒤를 돌아봤다. 2층 누각이 계단 끝에 걸터앉은 듯 서 있었다. 동행과 나란히 서서 마지막으로 한 장 더 남겼다.
절을 나와 오전약수 가는 길

장승 두 기가 마을 어귀를 지키고 서 있었다. 옆 표지석에는 오전약수라는 글자가 새겨 있었다. 절 산길과는 다른, 마을 냄새가 나는 길이었다.

황금빛 논 앞에서 동행이 걸음을 멈췄다. 벼가 고개를 숙일 만큼 여물어 있었다. 뒤로 비닐하우스와 밭이 계단처럼 이어졌다.

논둑 앞에 쪼그려 앉아 벼 이삭을 살폈다. 동행은 서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발밑 시멘트 수로 위로 벼 그림자가 길게 누웠다.

외양간 앞, 소 한 마리가 눈을 크게 뜨고 카메라를 봤다. 코와 눈가 털이 유난히 붉고 거칠었다. 쇠창살 틈으로 콧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왔다.
산길 끝에서

구부러진 소나무 아래서 동행이 팔을 벌렸다. 옆 표지판에는 보호수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줄기를 받친 두 개의 지지대가 나무 무게를 대신 지고 있었다.

한옥 마루 앞에서 마지막으로 한 장 더 찍었다. 처마가 넓게 뻗어 그늘을 만들었다. 현판 글씨는 반쯤 그늘에 가려 잘 읽히지 않았다.

마당 연못에서 잉어 한 마리가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물빛이 탁해 몸통 절반만 겨우 비쳤다. 그 물결이 가라앉을 때까지 잠시 서서 지켜봤다.
절 구경으로 시작해 마을 길까지 걸은, 반나절치고는 꽤 길었던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