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갈대와 얼음 사이를 걷다 사진 3

우포늪, 갈대와 얼음 사이를 걷다

차를 몰아 창녕 소목마을로 들어섰다. 우포늪, 팻말 하나만 보고 무작정 찾아간 길이었다. 볕은 좋았고 계절은 이미 겨울 초입이었다.

마을을 지나 늪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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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목마을 어귀, 간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당구클럽과 한의원 글자가 나란했다. 신호등 위로 하늘이 유난히 파랬다. 늪으로 가는 길은 여기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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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나자 곧 갈대밭이 펼쳐졌다. 색은 이미 다 바래 누런 갈색이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삭 끝이 흔들렸다. 마른 풀 냄새가 옅게 실려 왔다.

갈대밭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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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 하나를 가까이 당겨 찍었다. 빛이 이삭 사이를 파고들어 반짝였다. 마른 잎은 스치자 바스라졌다. 늪 가장자리는 온통 이런 색으로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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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다다르자 마른 나무 두 그루가 수면에 비쳤다. 잔물결 하나 없이 고요했다. 산 능선이 그 위로 겹쳐 보였다.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서서 바라봤다.

물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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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볼록거울에 카메라 든 모습이 비쳤다. 그림자와 함께 프레임 안에 걸렸다. 셔터를 누르는 손이 그대로 남았다. 지나는 차 한 대와 혼자뿐인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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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만든 절구 안에 물이 고여 있었다. 밤새 얼어붙어 표면이 하얗게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금 사이로 아래쪽 물빛이 비쳤다. 늪보다 먼저 겨울을 알린 건 이 작은 얼음이었다.

늪이 품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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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 앞에 멈춰 섰다. 창녕 우포늪, 국내 최대 내륙 습지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늪 위로 나룻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걷는 길마다 이런 판이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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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매제방이라는 이름의 판을 만났다. 해 뜨고 지는 풍경을 즐기던 둑이라 적혀 있었다. 낮이라 노을은 볼 수 없었다. 다음엔 시간을 맞춰 와야겠다고 적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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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버들을 설명하는 판도 있었다. 천 년을 산다는 습지의 파수꾼이라 소개돼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잎 진 겨울이라 나무는 앙상했다. 여름이었다면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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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오기 이야기가 적힌 판 앞에서 멈췄다. 한때 자취를 감췄다가 이 늪에서 복원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날은 새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 늪이 품은 이야기 하나가 남았다.

돌아 나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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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나오는 길, 비닐 더미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볕이 잘 드는 자리를 골라 앉은 듯했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늪 마을의 터줏대감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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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소나무 숲길이었다. 낙엽 진 나무들 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졌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여기서 하루 산책을 마무리했다.

갈대와 언 물웅덩이, 안내판 속 전설들까지 — 겨울 초입의 우포늪은 혼자 걷기에 마침맞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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