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야구장에서 본 박찬호의 등판
주차장에 LG 트윈스 버스가 서 있었다. 원정 온 선수들이 짐가방을 하나씩 메고 버스에서 내렸다. 흰 저지에 빨간 모자를 쓴 선수가 검정 봉지를 손에 들고 버스 옆을 지나갔다. 하늘은 흐렸고 나무는 아직 잎이 없었다.

검은 원정 재킷을 입은 선수가 등을 보이며 걸었다. 트윈스 마크가 큼직하게 박힌 더플백을 어깨에 걸쳤다. 주차장 곳곳에 버스와 승합차가 늘어서 있었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서서 선수단을 구경했다.

스탠드에서 본 그라운드
그물 너머로 그라운드가 펼쳐졌다. 노란 좌석은 아직 절반도 차지 않았다. 선수들은 배팅 케이지 앞에서 몸을 풀었고, 중계 스태프 두엇이 카메라를 세운 채 파울라인 근처를 오갔다. 해가 남아 그라운드가 밝았다.

그라운드 옆, 몸 푸는 선수들
등판 전, 그라운드 흙바닥에서 선수들이 대화를 나눴다. 이름표에는 정민철, 등번호는 71이라 적혀 있었다. 검은 재킷을 입은 코치와 나란히 서서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등번호 61이 천천히 걸었다. 박찬호였다. 빨간 모자를 눌러쓰고 왼손에 글러브를 낀 채였다. 그물 사이로 흐릿하게 잡힌 뒷모습이었지만 등번호만큼은 선명했다.

더그아웃 앞, 경기 전 허들
경기 전 선수단이 더그아웃 앞에 둥글게 모였다. 흰 독수리 마스코트가 무리 옆에 붙어 함께 고개를 숙였다. 김태균 52번, 최진행 25번 같은 낯익은 등번호가 원 안에 섞여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각도라 다들 정수리와 빨간 모자만 보였다.

밤, 경기가 흘러가는 동안
해가 지고 조명이 켜졌다. 61번이 더그아웃 쪽으로 걸어오자 동료들이 손을 들어 맞았다. 하이파이브가 이어지는 동안 심판과 다른 야수는 그라운드에 그대로 서 있었다.

박찬호의 국내 복귀 두 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6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7회에 투런 홈런을 맞았다. 그날 청주야구장의 스코어보드는 결국 1대6, 한화의 패배로 끝났다.
돌아오는 길에도 진 경기 얘기만 했다. 그날 사진첩에는 승리 대신 패배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