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오타루, 운하와 가을 포토존
2024년 10월 27일,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넘어갔다. 단풍은 늦게까지 남았고 아침 공기는 이미 초겨울에 가까웠다. 오타루는 이번이 네 번째였다.
아침, 삿포로

숙소 정원의 단풍나무 한 그루가 절반쯤 물들어 있었다. 위쪽 가지는 주황, 아래 가지는 아직 초록이었다. 나무 아래 나무 테이블은 비어 있었고 돌바닥 위로 낙엽 몇 장이 흩어져 있었다. 검은 담장 너머로 아파트 지붕이 보였다.

지붕을 덮은 시장 골목. 천장에는 그물에 싸인 유리 부표등이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게와 성게 사진을 붙인 가판 앞으로 사람들이 줄을 섰다. 골목 끝은 아직 흐린 하늘이었다.
오타루 운하

운하 난간 앞에서 아내와 아들이 섰다. 두 사람이 같은 순록 무늬 가디건을 맞춰 입었다. 등 뒤 창고 벽은 담쟁이가 절반은 붉게, 절반은 아직 초록으로 덮고 있었다. 난간은 나뭇잎 모양을 새긴 청동 장식이었다.

아들은 돌담에 두 팔을 얹고 검은 물빛만 내려다봤다. 돌담 틈에서 풀이 자라 있었다. 뒷모습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 아래 운하 물 위로 건너편 돌벽이 뒤집혀 비쳤다. 아내가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동안 아들은 돌담 너머로 몸을 기울여 물속 무언가를 가리켰다. 옆 계단에서 카메라를 든 남자도 같은 방향을 찍고 있었다.
개 동상 앞에서

석조 건물 벽 앞, 화강암 받침 위에 청동 개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아들이 받침에 등을 붙이고 양팔을 벌려 개의 자세를 흉내 냈다. 옆에서 아내도 팔을 살짝 펼쳤다. 발밑엔 노란 국화 화분이 놓여 있었다.
옛 창고 거리

파란 철판 지붕을 얹은 돌창고 벽에 큼직한 검은 글자가 붙어 있었다. 건물 앞 횡단보도로 인력거 한 대가 손님을 태우고 지나갔다. 앞쪽 화단의 주황색 마리골드가 아직 피어 있었다. 뒤로 통신 철탑이 솟았다.
추수감사절 포토존

창고 건물 앞에 사람 키만 한 짚단이 세워져 있고, 그 옆에 나무 수레바퀴가 기대어 있었다. 바닥엔 크고 작은 호박이 바구니에 담겨 흩어져 있었다. 아들이 뒷모습으로 큰 호박에 손을 대고 서 있었다. Welcome to OTARU 나무 팻말 위에 조명이 달려 있었다.

같은 팻말 앞에서 아들이 이쪽을 보고 섰다. 팻말과 짚단은 뒤로 흐려지고 발밑 호박만 색이 선명했다. 이날 마지막 사진이었다.
네 번째로 걷는 오타루 운하였다. 사진은 늘었지만 걸음은 늘 같은 자리를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