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골목과 눈길
2월 초, 숙소를 나서 시내를 걸었다. 전날 왕궁을 봤으니 이날은 정해둔 목적지 없이 걸었다. 눈이 그친 자리마다 회색 하늘이 낮게 깔렸다.

골목 끝으로 첨탑 두 개가 지붕 사이로 삐죽 솟았다. 눈발이 렌즈에 점점이 맺힌다. 전선 하나가 건물 사이를 가로지른다.

미용실 간판 아래로 좁은 도로가 이어진다. 주차된 차들 위로 눈이 얇게 앉았다. 저 멀리 첨탑이 다시 보인다.

공동묘지 옆으로 붉은 벽돌 교회가 서 있다. 헐벗은 나무 사이로 첨탑이 곧게 뻗었다. 벤치 앞에 누군가 혼자 서 있다.

눈발 속에서 한 사람이 휴대폰을 보며 걷는다. 검은 코트가 눈에 젖어 짙어졌다. 철제 담장 너머로 오래된 건물이 서 있다.

관공서 건물 앞, 깃발 셋이 눈보라에 흔들린다. 빨간 차 한 대가 건물 옆에 세워져 있다. 자전거 몇 대가 나란히 기대섰다.

노란 터널 안으로 사람들이 걸어 들어간다. 실루엣만 남을 만큼 역광이 짙다. 터널 끝에 흰 빛이 걸려 있다.

좁은 골목 끝에 주차장 입구가 보인다. 초록색 별 장식이 난간에 걸렸다. 계단 두 줄이 양쪽에서 입구로 모인다.

번화가 한복판, 극장 간판이 붉은 네온을 켰다. 우산 쓴 사람들이 젖은 도로를 건넌다. 버스 차선 표시가 빗물에 반사된다.

돌다리 아래로 대로가 곧게 뻗었다. 다리 위 건물에는 상점 깃발이 줄지어 걸렸다. 자동차 불빛이 젖은 도로에 번진다.
정해둔 곳 없이 걸었지만, 다리 하나 건널 때마다 다른 동네였다. 다음 출장에도 왕궁 대신 골목부터 걸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