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나라, 사슴을 만난 하루
6월의 오사카는 습기로 무거웠다. 친구 둘과 셋이서 온 여행이었다. 첫 숙소는 신사이바시 근처 게스트하우스였다.

복도 창으로 흐린 하늘이 들어왔다. 배낭을 멘 채로 좁은 계단을 오르내렸다. 다다미방은 좁았지만 셋이 눕기엔 충분했다.

신세카이의 빌리켄 상 앞에 섰다. 발바닥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말에 다들 한 번씩 문질렀다. 금빛 얼굴이 낡은 간판 사이에서 웃고 있었다.
나라행 열차

짐을 부리고 다시 역으로 나왔다. 플랫폼은 사람들로 붐볐다. 나라행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환승역에서 잠시 내렸다. 산이 가까운 작은 역이었다. 다음 열차까지 시간이 남아 난간에 기대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나라, 사슴을 만나다

나라역에 내리자 커다란 환영 배너가 걸려 있었다. 마스코트 인형 옆에서 포즈를 잡았다. 사슴공원은 역에서 멀지 않았다.

역에서 공원까지 걷는 길은 조용했다. 낮은 건물들 사이로 가로수가 이어졌다. 사슴 냄새가 나기 시작한 건 그 즈음이었다.

공원 입구부터 사슴이 길을 막았다. 사람들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녔다. 파라솔 아래 상인은 사슴 전병을 팔았다.

전병을 사자 사슴 서너 마리가 달려들었다. 뿔이 난 녀석들이 팔을 밀어붙였다. 손에 든 전병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뛰는 사슴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초원 한가운데서 셋이 사슴들에게 둘러싸였다. 카메라를 든 손이 바빴다.

대나무 울타리 너머로 어미와 새끼가 보였다. 아직 다리가 가는 새끼는 어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 소란과는 무관한 자리였다.

풀밭 위 어미 사슴이 새끼를 살폈다. 몸의 점무늬가 유난히 선명했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지켜봤다.

누워 있는 사슴 옆에 쭈그려 앉았다. 뿔을 조심스레 만져 봤다. 사슴은 별 반응 없이 눈만 껌뻑였다.
다시 오사카, 도톤보리

저녁 무렵 오사카로 돌아왔다. 도톤보리는 이미 인파로 가득했다. 간판마다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글리코 간판 아래서 양팔을 들어 봤다. 지나가던 사람들 틈에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오사카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사슴에게 팔을 물릴 뻔한 하루였다. 오사카보다 나라가 더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