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산사와 죽녹원의 대나무
이튿날 아침, 안개가 산을 감쌌다. 사찰을 잠깐 들렀다가 담양 죽녹원으로 향했다.
안개 낀 산사

숙소를 나서니 산 전체가 안개에 덮여 있었다. 능선 위로 구름이 낮게 걸렸다. 주차장에 세운 차 한 대만 색이 또렷했다. 공기가 눅눅하고 서늘했다.

돌로 깎은 석등이 마당 한가운데 서 있다. 지붕 모양 덮개 아래 작은 창이 뚫려 있었다. 안을 들여다봐도 등불은 없었다. 이끼가 돌 틈에 자리를 잡았다.

잔디밭 위에 커다란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자세가 위압적이었다. 흰 천으로 만든 연등 줄이 머리 위로 이어졌다. 절 입구를 지키는 형상이었다.

청동상 두 기가 나란히 서서 경내를 내려다본다. 뒤로 단청 전각의 지붕이 겹쳐 보였다. 연등 줄이 하늘을 가로질러 걸려 있었다. 사람은 드물고 조용했다.

누각 처마 아래 검은 현판이 걸려 있다. 단청 색이 아직 선명했다. 정확한 이름은 적어두지 않아 지금은 알 수 없다. 사진만 남기고 다음 장소로 넘어갔다.
담양 죽녹원

대나무로 엮은 문 위에 ‘죽녹원’ 현판이 걸려 있다. 영문으로 Bamboo Park라는 표기도 함께였다. 입구부터 사람들 줄이 길게 이어졌다. 대나무 잎이 문 위로 넘어와 있었다.

청동으로 만든 소 등에 걸터앉았다.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렸다. 소는 표정 없이 앞만 보고 있었다.

곧게 뻗은 대나무 사이로 좁은 길이 나 있다. 그 가운데 서서 카메라를 들었다. 대나무는 사람 키의 몇 배는 됐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철제 벤치 위로 조화로 장식한 하트 아치가 놓여 있다.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렸다가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카메라를 봤다. 조화 색이 바랜 걸 보니 오래된 조형물 같았다.

대나무 숲길에 놓인 동상 옆에 나란히 섰다. 동상은 지팡이를 짚은 노인의 모습이었다. 키를 맞춰 어깨동무하듯 포즈를 잡았다. 숲 안쪽은 대낮에도 그늘이 짙었다.
안개 낀 산에서 시작해 대나무 숲으로 끝난 하루였다. 죽녹원은 다시 가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