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 돌담 골목과 만대루 사진 1

안동 하회마을, 돌담 골목과 만대루

초가을 볕이 아직 따가웠다. 안동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회마을 장터 어귀부터 하루가 시작됐다.

하회장터를 지나며

안동 하회마을, 돌담 골목과 만대루 사진 1

기와지붕이 양쪽으로 크게 휘어진 문 아래 하회장터라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문 안쪽 그늘에는 좌판을 펼친 이들이 앉아 있고, 마른 나물 다발이 바닥에 줄지어 놓였다. 대문 옆에는 안동간고등어 깃발이 세워져 바람에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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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지나 강 쪽으로 눈을 돌리니 깎아지른 절벽이 강물을 마주하고 서 있다. 층층이 쌓인 바위 결이 오랜 세월을 보여준다. 강물은 절벽 아래를 잔잔하게 돌아 흘렀다.

초가와 신목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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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흙담 안에 볏짚 지붕을 얹은 집 한 채가 서 있다. 마당은 비어 있고 자전거 한 대만 벽에 기대어 있었다. 지붕 선이 둥글게 처져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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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켠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가지를 넓게 펼치고 있다. 둥치가 굵어 두 사람이 안아도 모자랄 듯했다. 그늘이 짙어 나무 아래만 유독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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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세워진 파란 표지판에 낙동강 하구둑부터 318km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강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는 거리가 숫자로 와닿았다. 표지판 너머로 논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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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받침대 위에 세워진 오래된 고목 밑동이 눈에 띄었다. 껍질은 검게 그을렸고 속은 깊게 패어 있다. 죽은 나무인데도 자세만은 여전히 꼿꼿했다.

돌담 고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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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산자락 아래 초가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지붕 색이 짙은 갈색으로 통일되어 마을 전체가 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논과 밭이 마을을 둥글게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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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돌을 섞어 쌓은 담장 사이로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담장 옆에는 사람 얼굴을 새긴 나무 장승이 세워져 있다. 골목 끝에는 교회를 알리는 작은 안내판도 함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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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지붕 상점들이 늘어선 거리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지나간다. 가게 앞마다 좌판과 간판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거리 끝은 논과 이어져 시야가 탁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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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전체를 그린 지도 앞에 벤치와 의자가 놓여 있다. 지도는 강이 마을을 둥글게 휘감아 도는 모양을 그대로 보여준다. 옆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탈춤, 사람들 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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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만 얹은 넓은 마당에 초록색 매트가 깔려 있다. 흰 한복을 입은 이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악기를 들었다. 벽에는 그해 열릴 탈춤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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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탈을 쓴 이가 마당 가운데 서서 몸을 낮췄다. 흰 저고리에 회색 치마가 팔랑거렸다. 둘러앉은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들어 그 순간을 담았다.

병산서원, 만대루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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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누각 아래 나무 기둥이 줄지어 서 있다. 처마 밑에는 초록 바탕에 흰 글씨로 만대루라 새긴 현판이 걸려 있다. 나무 그늘 사이로 붉은 꽃송이가 드문드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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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각 마루에 걸터앉으면 눈높이에 산자락이 그대로 들어온다. 나무 기둥과 지붕 선 사이로 산의 능선이 액자처럼 잘려 보인다. 마루는 텅 비어 바람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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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 마당 한쪽에 붉은 꽃을 매단 나무가 서 있다. 초가을인데도 꽃송이가 아직 매달려 있었다. 자갈길이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까지 곧게 이어졌다.

저녁, 골목에 불이 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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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자 골목 위로 매단 종이 등불에 하나둘 불이 들어왔다. 노란 불빛이 줄지어 이어져 골목 전체를 밝혔다. 낮의 흙빛 담장이 밤에는 다른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낮의 골목과 밤의 골목이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루를 다 걷고 나서야 안동을 조금 알게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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