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GFX100 II, 중형 앞에서 또 멈췄다
후지필름 홈페이지에서 링크 하나를 열었다. GFX100 II IR, 적외선 전용 모델 페이지였다. 법의학이나 문화재 분석용이고 구매자 계약이 따로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아래 관련 제품란에 일반형 GFX100 II가 있었다. 그 탭이 일주일째 닫히지 않는다.
1. 중형이라는 말 앞에서
지난주에 핫셀블라드(Hasselblad) 907X CFV 100C와 X2D II 100C를 목록에 올렸다. 둘 다 사지 않았다. 그런데 후보가 하나 더 붙었다. 세 대 모두 1억 화소 중형 센서다. 중형이라는 말에 걸리는 습관은 니콘 Z8을 산 뒤에도 그대로다.
지금 손에 있는 것은 니콘 F 마운트 렌즈 세 개, Z 마운트 24-120 하나, 필름 카메라 FE2와 FM2다. 전부 35mm 판형이다. 필름을 직접 현상하면서도 중형 필름 카메라는 한 대도 없다. 그 빈자리가 이런 페이지를 열게 만든다.

2. 센서 크기와 중형 필름의 기억
공식 페이지 기준 센서는 43.8×32.9mm, 유효 화소 1억 200만이다. Z8의 35.9×23.9mm보다 한 단계 넓다. 후지필름은 이 판형을 라지포맷이라고 부른다. 필름 645보다는 작다.
중형 필름을 바라는 이유는 단순하다. 네거티브가 크면 같은 크기로 확대할 때 입자가 덜 보인다. 계조가 천천히 넘어가고, 조리개를 조여도 배경이 남는다. 35mm 필름을 스캔할 때마다 그 차이를 상상만 해 왔다. 디지털 중형 센서가 그 상상에 가장 가까운 물건이다.
픽셀 시프트 멀티샷도 있다. 센서를 0.5픽셀씩 움직여 16장을 찍고 한 장으로 합친다. 결과는 4억 화소다. 삼각대와 움직이지 않는 피사체가 필요하다. 촌집 마루나 암실 선반 정도가 대상이 될 것이다.
3. 색과 필름 시뮬레이션

후지를 목록에 올린 진짜 이유는 이 화면이다. 필름 시뮬레이션이 20종 들어 있다. PROVIA, Velvia, ASTIA, 클래식크롬, 그리고 GFX100 II에서 처음 들어간 REALA ACE. 이름을 읽는 것만으로 필름 통을 고르는 손이 떠오른다.
흑백 쪽이 더 걸린다. ACROS에 Ye, R, G 필터 조합이 따로 있다. 암실에서 렌즈 앞에 끼우던 그 필터 이름이 메뉴에 그대로 들어 있다. 니콘 RAW를 열어 흑백으로 바꿀 때마다 톤 커브를 처음부터 다시 잡았다. 이 카메라는 그 과정을 셔터 누르기 전에 끝내 놓는다.
색은 후지의 오래된 강점이다. 16비트 RAW와 10비트 HEIF를 지원한다고 적혀 있다. 숫자보다 앞서는 것은 JPEG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기대다. 보정 없이 넘기는 사진이 늘어나면 현상 시간이 줄어든다.
4. 오토포커스, 기대를 낮춘 부분

공식 페이지는 피사체 인식 AF와 초고속 자동 초점을 앞세운다. 사람 눈, 동물, 새, 자동차, 오토바이, 비행기, 열차까지 잡는다고 적혀 있다. 기계식 셔터 연사는 초당 8장이다.
그래도 Z8과 같은 속도는 기대하지 않는다. 1억 화소 센서와 크고 무거운 중형 렌즈가 움직여야 한다. 아들이 운동장을 뛰는 장면은 Z8 몫으로 남겨 둘 생각이다. 이 카메라에 바라는 것은 멈춘 것을 천천히 찍는 일이다. 실제로 잡아 본 적은 없다. 사양표만 보고 낮춰 잡은 기대다.
5. 렌즈가 하나도 없다
가장 큰 걸림돌은 마운트다. G 마운트 렌즈는 한 개도 없다. 핫셀블라드 때와 똑같은 문제다. 바디를 사도 표준 렌즈 하나는 따로 사야 한다. 공식 페이지의 손떨림 보정 기준 렌즈인 GF 63mm F2.8 R WR이 다나와 최저가 187만 원이다.
니콘 F 렌즈를 어댑터로 붙이는 방법은 생각하지 않았다. 중형 센서를 사 놓고 35mm 이미지 서클 안에서 찍을 이유가 없다. 바디 값에 렌즈 한 개 값을 더한 것이 실제 진입 비용이다.
6. 손떨림 보정과 무게

바디 내장 손떨림 보정은 5축 8.0스톱이다. CIPA 기준, GF63mm 장착 시 값이다. 배터리와 카드를 넣은 무게는 약 948g, EVF까지 붙이면 1,030g이다. 렌즈 없이 이미 1kg이다.
뷰파인더는 944만 화소, 배율 1.0배다. 후면 화면은 3.2인치 3방향 틸트다. 배터리 NP-W235로 약 540컷이다. 출장 하루 분량은 된다.
7. 값
| 항목 | 내용 | 출처 |
|---|---|---|
| 바디 정가 | 10,499,000원(공식몰 품절 표기) | 후지필름코리아, 2026-09-05 |
| 바디 최저가 | 10,179,460원 | 다나와, 2026-09-05 |
| GF 63mm F2.8 R WR | 1,870,000원 | 다나와, 2026-09-05 |
| 센서 | 43.8×32.9mm, 1억 200만 화소 | 공식 사양표 |
| 손떨림 보정 | 5축 8.0스톱(GF63mm, CIPA) | 공식 사양표 |
| 필름 시뮬레이션 | 20종(REALA ACE 포함) | 공식 사양표 |
| 무게 | 약 948g(EVF 포함 1,030g) | 공식 사양표 |
| 출시 | 2023년 9월 | 공식 사양표 |
바디와 렌즈 하나를 합치면 1,200만 원이 넘는다. 핫셀블라드 X2D II 100C 바디 국내가를 넘어선다. 2023년 9월에 나온 모델이라 후속 소식도 같이 보게 된다.
8. 탭은 아직 열려 있다
색과 필름 시뮬레이션은 세 후보 중 가장 끌린다. 오토포커스와 렌즈 비용은 여전히 걸린다. 결정은 미뤘다. 탭은 닫지 않았다. 중형 고민은 이번에도 결론 없이 한 편 더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