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에서 맞은 새해 첫날
연말 밤 차를 몰아 거제도로 내려갔다. 새해 첫 해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동행이 하나 있었다.
밤에 들른 전시관

가는 길에 민속 전시관 같은 곳에 들렀다. 나무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방 안에 갑옷 한 벌이 걸려 있었다. 붉은 술이 달린 투구와 비늘처럼 겹친 흉갑이 어두운 조명 아래서 빛났다. 펼쳐진 책과 지도 한 장이 그 옆에 놓여 있었다.
새해 첫 해

해변 언덕에 올라 첫 해를 기다렸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붉은 해가 수평선 위에 걸렸다. 안개 낀 바다 위로 배 한 척이 지나갔다. 다들 말없이 그 해를 바라봤다.
거북선 뱃머리에서

항구에 거북선 한 척이 떠 있었다. 뱃머리에 커다란 용머리 장식이 달려 있었다. 갑판 위로 올라가 동행과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뒤로 항구와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펼쳐졌다.
아침의 어시장

포구로 내려가니 어시장이 서 있었다. 고무장갑을 낀 손이 생선을 손질하고 있었다. 김이 오르는 무쇠솥 옆으로 뼈와 내장이 수북이 쌓였다. 손질을 기다리는 생선이 그 옆에 줄지어 놓여 있었다.

리어카 위에 갈치가 나란히 널려 있었다. 은빛 몸통이 흐린 아침 빛을 받아 반짝였다. 사람들이 리어카 앞에 서서 값을 물었다. 뒤로는 정박한 배와 산을 뒤덮은 마을이 보였다.
해금강 뱃길

유람선에 올랐다. 뱃머리가 남기는 하얀 항적을 따라 섬 하나가 점점 멀어졌다. 돌아본 언덕에는 소나무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파도가 깎아 세운 바위섬 하나가 물 위로 솟아 있었다. 옆으로 지나가는 유람선이 그 크기를 가늠하게 했다. 안개 낀 하늘 아래 바위는 짙은 회색으로 가라앉아 보였다.

해안 절벽에 동굴 하나가 뚫려 있었다. 물살이 굴 안으로 밀려들었다 다시 밀려 나왔다. 절벽 위쪽에는 나무 몇 그루가 위태롭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외도의 정원

섬에 내려서니 정원이 펼쳐졌다. 잔디밭 한가운데 청동으로 만든 인물상이 몸을 숙이고 있었다. 산울타리 너머로 하얀 석상 하나가 더 서 있었다.

야자나무 아래 비너스상이 조개껍데기를 밟고 서 있었다. 동행이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다듬어진 회양목이 대리석 조각과 함께 줄지어 있었다.

산등성이를 따라 다듬어진 나무들이 우산 모양으로 펼쳐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작은 섬 하나가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언덕 아래로 계단식 정원이 겹겹이 이어졌다.
새해 첫날을 통째로 써버린 하루였다. 다시 간다면 겨울 바다보다는 봄에 외도를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