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 여름 능선, 혼자 걷다 사진 1

금오산 여름 능선, 혼자 걷다

칠월 하순, 금오산. 배낭 하나만 메고 혼자 올랐다. 능선 한쪽이 갈라지는 자리마다 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눌렀다.

능선 위, 안개 걷히는 조망

금오산 여름 능선, 혼자 걷다 사진 1

능선 한쪽이 갈라지며 골짜기가 드러났다. 안개가 가득 차 아래쪽 아파트 단지는 흐릿한 회색 덩어리로만 보였다. 산줄기 두 개가 좌우로 겹쳐지며 시야를 온통 채웠다.

금오산 여름 능선, 혼자 걷다 사진 2

몇 걸음 옮기지 않은 자리에서 다시 셔터를 눌렀다. 안개가 옅어지며 건물 윤곽이 또렷해졌고, 골짜기 사이 저수지도 빛을 받아 드러났다. 능선 아래로 물길이 가늘게 이어졌다.

혼자 남긴 흔적

금오산 여름 능선, 혼자 걷다 사진 3

카메라를 얼굴 쪽으로 돌려 셔터를 눌렀다. 머리는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뒤로는 안개 낀 능선이 흐릿하게 걸렸다. 혼자 오른 산행에서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인물 사진이었다.

금오산 여름 능선, 혼자 걷다 사진 4

나뭇가지 사이로 렌즈를 밀어 넣었다. 잎이 앞을 반쯤 가렸지만 그 틈으로 도시와 산줄기가 겹쳐 보였다. 초록과 회색이 프레임 안에 나란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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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끝에 서서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발밑은 낭떠러지에 가까운 비탈이었고, 등 뒤로 구미 시내와 저수지가 통째로 펼쳐졌다. 셔츠에는 땀자국이 번져 있었다.

풀숲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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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풀숲에 쭈그려 앉았다. 발밑 돌부리와 잡초 사이로 뭔가를 들여다보는 자세였고, 뒤로는 같은 골짜기 전망이 여전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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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를 낮춘 채 다시 손가락을 펼쳤다. 잎사귀가 프레임 한쪽을 가렸고, 신발 끝은 흙바닥에 반쯤 묻혀 있었다.

정상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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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코펠과 부탄 캔을 나란히 놓았다. 초록색 컵밥 용기 옆으로 파란 가스캔이 버너에 물려 있었다. 능선 위에서 끓여 먹는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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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으로 송신탑 여러 개가 늘어서 있었다. 붉고 흰 철탑이 능선 위로 솟았고, 그 뒤로 또 다른 탑이 안개에 반쯤 잠겨 있었다. 정상이 가까워졌다는 표시였다.

금오산 여름 능선, 혼자 걷다 사진 10

마지막으로 담은 골짜기는 구름에 덮여 있었다. 능선은 여전히 첩첩이 겹쳤고, 시야 끝에서 산줄기가 하늘과 맞닿았다. 안개는 걷히지 않은 채로 하산이 시작됐다.

정상 표지석 사진도, 동행도 없는 산행이었다. 능선 하나만은 끝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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