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살던 여름, 정처 없이 걸은 서울
아침, 봉선사 연못
오산에 살 때였다. 이렇다 할 목적지 없이 차를 몰았다. 처음 닿은 곳은 봉선사였다.

절 마당 가득 연등이 걸렸다. 못은 연잎으로 뒤덮여 물이 보이지 않았다.
백중 무렵이라 연꽃이 한창이었다. 잎 사이로 흰 꽃이 드문드문 고개를 내밀었다.

흰 연꽃 두 송이가 나란히 피었다. 잎 그늘 아래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물 위엔 자주색 수련도 섞여 있었다. 노란 꽃술이 유난히 밝았다.
오래된 나무 아래로 산책로가 이어졌다. 법당 앞엔 돌사자 한 쌍이 계단을 지켰다.

처마 밑 단청이 선명했다. 돌사자는 표정 하나 없이 자리를 지켰다.
해 질 무렵, 성북전망대
낮 동안은 어딘가에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다시 차에 오른 건 해가 기울 때였다. 성북동 산길을 올라 전망대에 닿았다.

능선 너머로 서울이 한눈에 들어왔다. 구름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표지판엔 ‘서울시 선정 성북 전망 명소’라 적혀 있었다.
밤, 딴지 스튜디오
전망대를 내려온 뒤 딴지 관련 팝업 카페에 들렀다. 벽 가득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유리창 너머 스튜디오엔 ‘주진우 쇼’ 녹화가 한창이었다. 마이크와 믹서가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인을 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친구와도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노란 배너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검찰 압수수색을 풍자한 문구가 걸려 있었다.
늦은 밤, 남산에서 본 서울
마지막으로 오른 곳은 남산이었다. 팔각정 지붕 너머로 달이 구름 사이를 오갔다.

달이 구름 위로 떠올랐다. 셔터를 오래 열어 둔 채 기다렸다.
발아래로 서울 야경이 끝없이 펼쳐졌다. 남산타워 불빛이 능선 위로 뚜렷했다.

도시의 불빛이 능선을 따라 번졌다. 남산타워가 그 위로 홀로 밝았다.
정처 없이 다닌 하루치고는 꽉 찬 여정이었다. 계획 없는 여행도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