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에서 불국사, 그리고 동궁의 밤
대전을 지나는 길에 성심당에 들렀다. 며칠 뒤 경주로 다시 나섰다. 불국사 단풍을 보고 동궁과 월지의 밤까지 걸었다.
성심당, 대전

겨울 초저녁, 성심당 간판에 불이 켜졌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진열창을 채웠다. 창 안쪽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팝콘 수레가 입구를 지켰다.

종이봉투에 빵을 눌러 담았다. 앙금빵과 소보로, 마늘바게트가 한 상자에 섞였다. 온기가 봉투 밖으로 아직 전해졌다.
불국사, 경주

숲길에 낙엽이 쌓여 있었다. 아내와 아들이 저만치 앞서 걸었다. 초겨울인데도 단풍이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소나무 사이로 석탑 하나가 서 있었다. 좁은 돌계단이 탑 기단을 둘러쌌다. 관람객 몇이 옆에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처마 끝을 올려다봤다. 단청이 촘촘하게 채워져 있었고, 나무 조각이 새의 날개처럼 뻗어 있었다. 지붕 곡선이 하늘과 맞닿았다.

전각 앞으로 작은 돌탑이 빼곡했다. 지나는 사람들이 하나씩 쌓아 올린 흔적이었다. 마른 잎이 돌 틈마다 끼어 있었다.

회랑을 따라 걸었다. 단청 기둥 사이로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계단 아래로 산책로가 이어졌다.

누각에서 경내를 내려다봤다. 사람들이 작게 흩어져 걷고 있었다. 낮은 빛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숲 바닥이 온통 붉었다. 낙엽이 발목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나무 사이로 하늘이 하얗게 비쳤다.
동궁과 월지, 밤

연못에 전각 불빛이 비쳤다. 물은 검게 가라앉았고 섬 위 나무만 노랗게 떠 있었다. 바람이 없어 물비침이 또렷했다.

연못 건너로 전각이 이어졌다. 조명이 물 위에 길게 늘어졌다. 잎이 다 진 나무도 조명 아래서는 환하게 서 있었다.

전각 하나가 어둠 속에 홀로 떠 있었다. 처마 끝까지 조명이 채워졌다. 마당은 캄캄했고 건물만 밝게 남았다.
야경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겨울에 또 온다면 이 길부터 다시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