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이 시작된 여행, 방콕에서 파타야로
수완나품 공항에 내렸을 때부터 공기가 달랐다. 입국장을 나서자 로비 전광판 밑으로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몰려 있었다.
원래 계획은 방콕 시내를 며칠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해 1월 13일부터 반정부 시위대가 주요 교차로를 점거하며 도심을 마비시킨 ‘방콕 셧다운’이 이어지고 있었고, 나흘 뒤인 2월 2일에는 조기 총선이 예정돼 있었다. 시위대는 선거 자체를 거부하며 투표소 진입까지 막겠다고 벼르는 상황이었다.
시내를 걸어볼 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짐을 옮기던 택시 안, 창밖으로 가로등 불빛만 흐르듯 지나갔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침대 위로 배낭과 옷가지를 늘어놓고 다음 이동을 생각했다.

파타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도착하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관광용 동물원에 들렀다. 나무 기둥을 세운 우리 안, 타일 좌대 위에 호랑이 한 마리가 앞발을 포개고 엎드려 있었다. 눈을 마주쳐도 미동이 없었다.

방콕의 팽팽함이 여기까지는 넘어오지 않았다. 다음 며칠을 어떻게 보낼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채로 하루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