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과, 눈 쌓인 한라산
2월, 형님들과 제주로 향했다. 한라산이 목적지였다. 새벽에 올라 정오 무렵 정상을 밟았다.
도착한 밤

숙소에 불이 켜져 있었다. 이층 창마다 노란빛이 번졌다. 다음 날 오를 산은 아직 어둠에 묻혀 있었다.

저녁상엔 전복이 올랐다.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다 안쪽까지 노랗게 익었다. 산에 오르기 전 몸부터 데우는 자리였다.

형님들과 나란히 서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가로등 불빛 아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내일이면 이 자리에서 몇 시간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어둠 속에서 시작한 능선

이른 아침, 숲은 아직 캄캄했다. 나뭇가지마다 눈이 두껍게 얼어붙어 있었다.

해가 뜨기 전에 배낭을 멨다. 등산화가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났다.

눈 쌓인 가지 아래서 양팔을 들었다. 두꺼운 상고대가 머리 위로 아치를 이루고 있었다.

파란 하늘이 가지 사이로 비쳤다. 밤새 내린 눈이 나무마다 두껍게 붙어 있었다.

능선을 따라 형님들이 한 줄로 걸었다. 구름이 발아래 바다처럼 깔려 있었다.

눈 위에 자리를 펴고 컵라면과 김밥을 꺼냈다. 장갑 낀 손끝이 시렸다. 뜨거운 국물을 감싸쥐고 몇 술 떴다.
정상, 백록담

얼어붙은 가지를 붙잡고 능선을 올랐다. 발아래로 구름바다가 펼쳐졌다.

나무 난간 앞에서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뒤로는 흰 능선이 겹겹이 이어졌다.

‘한라산’ 팻말 아래 형님들과 모여 섰다. 각자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었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오래 기다린 사진이었다.

백록담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능선 끝까지 하얗게 이어졌다.
밧줄을 잡고 내려오다

하산길엔 밧줄이 걸려 있었다. 붙잡고 한 걸음씩 내려섰다. 줄지어 선 사람들이 능선 끝까지 이어졌다.

눈 쌓인 나무 사이에서 양팔을 벌렸다. 발자국이 능선을 따라 길게 찍혀 있었다.
다시 평지로

산 아래 도로에 내려서니 눈은 없었다. 뒤로는 흰 산이 여전히 솟아 있었다.

형님들과 도로에 서서 산을 향해 팔을 흔들었다. 며칠 전까지 저 능선 어딘가를 걷고 있었다.

저녁엔 다시 뜨거운 찌개가 올랐다. 산행을 끝낸 다리가 그제야 풀렸다.
이 산행 즈음 미러리스 카메라를 정리했다. 추운 능선에서 제대로 버티지 못했던 탓이다. 이후로는 니콘 한 대만 메고 다녔다. 형님들과 오른 한라산은 그 전환점이 된 산이었다. 다시 저 능선에 서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