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동물원, 잠든 사자와 종탑
3월 초, 전주로 내려갔다. 혼자 나선 걸음이었다. 첫 행선지는 전주동물원이었다.
전주동물원

철창 사이로 앞발이 먼저 나왔다. 곰이었다. 발톱이 창살보다 굵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사자 두 마리가 볕 좋은 바위에 늘어져 있었다. 갈기가 흙빛으로 바랬다. 낮잠에 진심인 자세였다.

호랑이는 아예 뻗어 있었다. 네 다리를 다 펴고 자는 모습이 고양이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 안이라는 사실만 빼면.

새끼 호랑이 두 마리가 어미 배에 매달려 젖을 물고 있었다. 줄무늬가 아직 옅었다. 관람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지켜봤다.

철망 너머로 뿔 달린 산양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먹이인 줄 알았는지 계속 다가왔다. 눈이 노랬다.

사슴 한 마리가 마른 흙바닥에 서서 이쪽을 봤다. 겨울 털이 부숭했다. 뿔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 개체였다.

독수리가 나뭇가지 우리 안에 꼿꼿이 앉아 있었다. 부리 끝이 노란빛으로 밝았다. 시선이 한곳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부엉이는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깃털 무늬가 나무껍질과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인기척에도 고개만 살짝 돌렸다.

공작이 날개를 접은 채 철망 앞을 지났다. 목덜미 파란빛이 흐린 날씨에도 선명했다. 꼬리는 아직 펴지 않은 상태였다.

들소가 울타리에 바짝 붙어 얼굴을 내밀었다. 갈색 털에 마른 풀이 잔뜩 엉켜 있었다. 뿔 사이 이마가 유난히 넓었다.

코끼리 눈가 주름을 가까이서 찍었다. 속눈썹이 길었다. 코끝은 계속 바닥을 더듬고 있었다.

코를 뻗어 철봉 사이를 훑는 중이었다. 떨어진 사료를 찾는 듯했다. 코끝 주름이 손가락처럼 움직였다.
전동성당

동물원을 나와 걸은 곳에 종 모양 조형물이 서 있었다. 겨울 나무 사이로 광장이 넓게 트여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니 성당 첨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붉은 벽돌 성당이 앞을 막아섰다. 로마네스크풍 돔과 종탑이 나란히 솟아 있었다. 겨울 하늘 아래라 벽돌색이 더 짙어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니 기둥이 줄지어 서 있었다. 아치 천장이 높았다. 나무 의자가 끝까지 비어 있었다.
한 끼

저녁은 백반집이었다. 반찬이 작은 그릇 8개로 나왔다. 국물부터 떠먹었다.
동물원에서 성당까지, 걸어서 다닌 하루였다. 다음에 또 온다면 계절을 바꿔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