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습지, 갈대와 돌부처
다음 날은 순천이었다. 여전히 혼자였다. 목적지는 순천만습지였다.
가는 길

계곡 사이로 폭포 하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바위가 얼어 하얗게 반짝였다. 물줄기는 가늘었지만 소리는 컸다.

길가 사육장에 개 한 마리가 자갈밭에 늘어져 있었다. 차량 진입을 막는 팻말이 옆에 서 있었다. 근처 우리에는 곰도 몇 마리 있었다.

고갯마루에 정자가 서 있었다. 단청이 선명했다. 아래로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졌다.
순천만습지

전망대에 올라서자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나무 데크가 그 사이를 가로질렀다. 사람들이 점처럼 작게 걸어가고 있었다.

강줄기가 S자로 크게 휘어 흘렀다. 물길 양옆으로 갯벌이 갈색으로 드러나 있었다. 이 각도를 보려고 다들 전망대까지 올라오는 듯했다.

더 높은 자리에서는 물길이 겹겹이 포개져 보였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먼 산은 흐릿했다. 갯벌 위 섬처럼 솟은 풀숲이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습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였다. 마을과 산, 갯벌이 한 프레임에 다 담겼다. 바람이 세서 오래 서 있기는 힘들었다.

나무 데크 산책로가 갈대밭 사이로 곧게 뻗어 있었다. 난간마다 서리가 남아 있었다. 발밑에서 마른 갈대 부딪는 소리가 났다.

갈대가 사람 키만큼 자라 있었다. 색이 다 바래 누런빛뿐이었다. 그 사이로 물길이 살짝 비쳤다.

습지 물 위로 먼 산이 그대로 비쳤다. 바람이 잦아든 순간이었다. 셔터를 누르고 나서야 다리가 저린 걸 느꼈다.
운주사

돌부처 세 기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이목구비가 뭉툭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어느 것 하나 같은 얼굴이 없었다.

둥근 돌판을 층층이 쌓아 올린 탑이었다. 다른 절에서 본 석탑과는 생김새가 완전히 달랐다. 이끼도 없이 돌빛 그대로였다.

마당 한쪽에 부처와 정자가 함께 서 있었다. 길 건너 산자락까지 탁 트여 보였다. 관광버스 한 대가 입구에 서 있었다.

또 다른 탑은 지붕돌이 촘촘히 겹쳐 있었다. 꼭대기로 갈수록 폭이 좁아졌다. 오후 햇빛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산자락 아래로 절 마당이 내려다보였다. 눈이 녹다 만 자리가 얼룩덜룩했다. 여기서 하루 걸음이 다 끝났다.
습지와 절을 한 번에 본 하루였다. 갈대는 겨울 색 그대로였지만, 여름에 다시 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