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하루, 죽서루에서 환선굴까지
유월 초, 밤길을 달려 동해로 향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운 시각은 자정을 훌쩍 넘긴 뒤였다. 다음 날은 삼척과 울진 해안을 따라 하루를 다 썼다.
자정 넘은 휴게소

동해시 관광안내도가 조명 아래 서 있다. 신기면부터 해안까지 지도 한 장에 담겨 있다. 다음 날 갈 길을 미리 눈으로 훑었다.

포토존 이정표가 방향마다 거리를 적어 놓았다. 정동진 15.4km, 서울 270km, 도쿄 920km. 지구 반대편 도시 이름까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청동으로 빚은 해오름 조형물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두 손을 모은 형상이 해를 받쳐 든 모습이다. 아침 해맞이 명소라는 이름값을 밤에도 짐작하게 했다.
아침, 죽서루

삼척 죽서루 현판이 걸린 문 앞에 섰다. 국가 보물로 지정된 누각이라는 안내판이 나란히 붙어 있다. 아침 볕이 기와 처마를 얕게 스쳤다.

누각으로 오르는 돌계단이 곧게 뻗어 있다. 양옆으로 나무가 그늘을 드리웠다. 계단 끝에 오래된 건물 한 채가 기다리고 있었다.

소나무 숲 사이로 죽서루 지붕이 보였다. 길게 뻗은 가지가 누각을 반쯤 가렸다. 이른 시각이라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환선굴, 종유석 사이로

동굴 앞 전시관에는 원시인 인형이 서 있다. 불을 피우고 도구를 다듬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실제 동굴로 들어가기 전 몸을 푸는 셈이었다.

幻仙窟, 환선굴 현판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 천연기념물 178호다. 매표소에서 한참 걸어 올라온 뒤에야 마주했다.

관람로가 동굴 안쪽으로 굽이굽이 이어진다. 난간을 따라 걷는 사람들 뒤로 조명이 은은했다. 발밑으로 물소리가 계속 따라왔다.

동굴 안 폭포에 초록빛 조명이 비친다. 물줄기가 종유석 사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자연이 만든 지형에 사람 손이 색만 얹은 셈이다.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이 휘감긴 모양으로 자랐다. 수만 년 물방울이 쌓아 올린 결과라 했다. 카메라를 든 손이 자꾸 위로 향했다.

동굴 출구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넜다. 나무 데크 위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두운 동굴을 지나 다시 여름 한복판으로 나왔다.
매표소 앞 파전

매표소 앞 평상에 파전 한 접시를 시켰다. 동굴을 한 바퀴 돌고 난 뒤라 허기가 밀려왔다. 막걸리 없이도 그럭저럭 잘 넘어갔다.
해안도로를 따라

해안도로를 달리다 차를 세웠다. 기암절벽이 파도를 그대로 받아내고 있다. 물빛이 가까울수록 짙어졌다.

에메랄드빛 바닷물 아래로 갯바위가 비쳤다. 파도가 얕게 밀려왔다 물러났다. 발을 담그고 싶은 유혹이 일었지만 갈 길이 멀었다.

작은 어항 한쪽에 미역이 널려 마르고 있다. 나무 발 위에 가지런히 펼쳐 놓았다. 짠내가 사진 밖으로도 풍기는 듯했다.

파란 통통배 한 척이 항구에 떠 있다. 엔진 두 개를 매단 소형 어선이다. 파도 없이 잔잔한 물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죽변, 등대와 세트장

바닷가 언덕에 일본식 가옥 한 채가 서 있다. SBS 드라마 세트장으로 지어진 건물이라 했다. 지붕 기와와 파란 처마가 바다색과 잘 어울렸다.

죽변등대가 흰 몸을 곧게 세우고 있다. 바다를 향해 선 등대 옆으로 산책로가 이어졌다. 등대 하나로 마을 전체 풍경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봉화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봉화군 관광안내도 앞에 섰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송이버섯과 한약우가 특산물로 붙어 있었다.

계곡 자갈밭 위로 맑은 물이 흘렀다. 큰 돌 사이사이 작은 돌이 채워져 있다. 바닷가와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저녁으로 비빔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김가루가 수북이 올라가 있었다. 하루 종일 걸은 다리가 그제야 풀렸다.

한옥 식당 마당에 돌길이 나 있다. 정원수가 마당 가득 다듬어져 있었다. 영업중이라는 팻말 하나가 문 앞을 지켰다.
동해에서 봉화까지, 하루치고는 꽤 긴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