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ji GL690, 6×9 중형카메라를 꺼내다
그린 표지, 오래된 상자
매뉴얼 표지는 초록색이다. FUJICA GL690 Professional, FUJICA GM670 Professional 두 기종이 함께 적혀 있다. 인쇄 연도는 1973년 9월로 마지막 장에 남아 있었다.

개요
GL690은 120/220 롤필름을 쓰는 교환렌즈식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다. 프레임 크기는 2¼×3¼in, 6×9cm. 형제 기종 GM670은 6×7cm 포맷이다.
바디만 2.5lbs(1,140g), 표준렌즈를 단 상태로 3.8lbs(1,745g)다. 니콘 FM2나 FE2를 쥐던 손에는 확실히 무겁다.
교환 가능한 렌즈는 50mm 슈퍼와이드, 65mm 와이드, 100mm 표준(S 1:3.5 수동형과 EBC 1:3.5 자동노출형 두 종류), 150mm·180mm 망원까지 다섯 화각이다. 렌즈마다 셔터가 내장된 렌즈셔터식이라 전 속도 플래시 동조가 된다.
레인지파인더는 100mm와 150mm 렌즈용 밝은 프레임이 바디에 내장돼 있다. 그 외 화각은 액세서리 슈에 별도 뷰파인더를 꽂아야 한다.

필름 장전
- 카메라 백 잠금/스풀 장전 키를 세워 돌려서 백을 연다. 키를 당겨 축을 뺀 뒤 왼쪽으로 돌려 고정하고 새 필름을 끼운다. 키를 오른쪽으로 돌려 축을 다시 민다.
- 반대편 필름 장전 키도 같은 방식으로 빈 테이크업 스풀을 끼운다.
- 필름 리더 끝을 필름 가이드 위로 넘겨 테이크업 스풀 슬롯에 꽂는다. 필름 어드밴스 레버를 돌려 리더의 시작 표시(화살표)가 필름 스타트 위치 마크(빨간 점)에 맞을 때까지 감는다. 리더가 버클리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 준다.
- 120 필름은 압력판을 “120” 면이 보이게, 필름 셀렉터도 120에 맞춘다. 220 필름은 압력판을 뒤집어 “220” 면이 보이게 하고 셀렉터도 220으로 돌린다.
- R-S 버튼을 R(녹색 점)에 맞추고 백을 닫는다. 필름 어드밴스 레버를 끝까지 밀어 감으면 카운터가 S에서 1로 넘어가고 셔터가 걸린다.
필름 상자 뚜껑을 뜯어 필름 리마인더 프레임에 꽂아 두면 어떤 필름을 넣었는지 잊지 않는다. R-S가 S 상태거나 필름이 없으면 셔터가 아예 눌리지 않는다.

초점과 노출계
셔터스피드 셀렉터 링과 조리개 셀렉터 링은 둘 다 렌즈 배럴에 있다. 뷰파인더 아이피스로 피사체 중앙을 보며 포커싱 링을 돌려, 밝은 프레임 안 이중상이 하나로 겹칠 때 초점이 맞은 것이다.
바깥쪽 프레임은 100mm 렌즈, 안쪽 프레임은 150mm 렌즈용이다. 포커싱 링을 돌리는 동안 시차는 자동으로 보정된다. 1m 거리에서는 화각의 95%, 무한대에서는 92%가 보인다.
적외선 촬영은 먼저 평소대로 초점을 맞춘 뒤, 포커싱 링을 빨간 적외선 마크에 맞춰 다시 돌리는 식으로 보정한다.
50·65·180mm 렌즈는 전용 외장 뷰파인더가 따로 딸려 온다. 렌즈로 초점을 맞춘 다음 뷰파인더 자체의 거리 스케일을 렌즈 거리 스케일과 같게 맞춰 시차를 보정한다.
노출계는 EBC Fujinon AE 100mm 렌즈에만 내장돼 있다. 렌즈 앞쪽 CdS 셀로 측광하는 조리개 우선 자동노출 방식이다. 나머지 렌즈(S 100mm, 50·65·150·180mm)에는 노출계가 없다. 매뉴얼 확인 범위 안에서는 이 경우 별도 노출계를 쓰는 것으로 적혀 있다.
battery는 6V 은전지(Eveready 544 또는 Mallory 4G13) 하나. 배터리 체크 버튼을 누르면 바늘이 초록 삼각 표시를 넘는지로 상태를 확인한다. 배터리가 없거나 다 되면 셔터는 자동/수동 상관없이 1/500초로 고정된다.
자동 노출은 필름 스피드 셀렉터 링을 ASA 값에 맞추고, 셔터스피드 셀렉터 링을 A로, 조리개만 원하는 값으로 돌리면 된다. 셔터스피드 체크 버튼을 누르면 실제 적용되는 속도를 창으로 읽을 수 있다. 바늘이 주황-빨강 구간이면 노출 과다라 조리개를 더 조여야 하고, 노랑-주황 구간이면 1/30초 이하로 느려진 것이라 삼각대가 필요하다.
수동 노출은 셔터스피드 셀렉터 링을 A 대신 원하는 속도(B, 8초~1/500초)로 돌리면 된다. 이 렌즈는 노출계 대용으로도 쓸 수 있다. 자동 상태에서 체크 버튼만 눌러도 그 조리개에 맞는 셔터스피드를 바로 읽을 수 있다.

촬영과 셔터
카메라를 쥐는 자세는 정해져 있다. 왼쪽 팔꿈치를 몸통에 붙이고, 렌즈는 왼손바닥에 얹어 포커싱 링을 돌릴 손가락 자리를 남긴다. 오른손 엄지는 어드밴스 레버, 검지는 셔터 버튼에 둔다. 카메라를 얼굴에 가볍게 붙이고 숨을 고른 뒤 버튼을 천천히 누른다.
1/30초보다 느린 속도는 삼각대와 케이블 릴리스를 쓴다. 셔터 버튼은 바디 상단과 전면 두 곳에 있고 둘 다 케이블 릴리스 소켓이 딸려 있다.
플래시는 X접점(전자식)과 M접점(플래시벌브) 두 종류를 지원한다. 플래시 셀렉터 스위치로 전환한다. EBC AE 렌즈만 X접점 전용이고 나머지 네 렌즈는 전 속도 동조가 된다.
다중노출은 촬영 후 셔터 커튼 세트 키로 커튼을 닫고, 렌즈를 분리해 렌즈 뒤쪽 셔터 세팅 레버를 연필 끝으로 눌러 직접 셔터를 코킹한다. 렌즈를 다시 끼우고 R-S를 S로 맞춘 뒤 셔터 커튼 릴리스 키로 커튼을 열고 다시 촬영한다. 끝나면 R-S를 R로 되돌려야 한다.
렌즈 교환은 마운팅 링의 흰 점·빨간 점을 렌즈 마운트의 빨간 점에 맞춰 끼우고 시계 방향으로 돌린다. 뗄 때는 반드시 셔터 커튼부터 닫아야 한다. 렌즈 세이프티 락을 밀고 마운팅 링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 뺀다.
필름을 다 쓰면 어드밴스 레버를 계속 감다가 갑자기 힘이 풀리는 느낌이 오면 세 바퀴 더 감는다. 그 다음 백을 열고 필름을 빼서 밀봉한다. 빈 스풀은 다음 롤의 테이크업 스풀로 옮겨 쓴다.

관리와 주의사항
필름이 없을 때는 R-S를 항상 S에 둔다. 필름 장전과 회수는 어두운 곳에서 한다. 영하 20도 이하에서 오래 촬영할 때는 저온 처리(유상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여름철 차 안이나 습한 곳에 오래 두지 않는다. 촬영 전후로는 에어브러시와 실리콘 천으로 바디를 닦고, 렌즈·뷰파인더 유리는 지문이 묻으면 렌즈 클리닝액으로만 닦는다. 쓰지 않을 때는 렌즈 양쪽에 캡을 씌운다.
기계식 셔터는 1년에 한 번, 전자식 셔터는 2년에 한 번 정도 점검이 권장된다고 매뉴얼에 적혀 있다. 어드밴스 레버도 마모가 있는 부품이라 매년 오버홀을 권한다.
스펙 한눈에
| 항목 | 내용 |
|---|---|
| 형식 | 교환렌즈식 레인지파인더, 렌즈셔터 |
| 프레임 | 2¼×3¼in (6×9cm) |
| 필름 | 120 / 220 롤필름 |
| 필름 감기 | 2스트로크 어드밴스 레버 |
| 렌즈 라인업 | 50mm, 65mm, 100mm(S/EBC AE), 150mm, 180mm |
| 셔터 | Seiko #0, B, 1~1/500초 |
| 동조 | X·M 전 속도(EBC AE 렌즈는 X만) |
| 노출계 | EBC AE 100mm 렌즈에만 내장, CdS, 조리개 우선 |
| 배터리 | 6V 은전지(Eveready 544 / Mallory 4G13) |
| 무게 | 바디 1,140g, 표준렌즈 장착 시 1,745g |
실제 써본 인상

바디가 크고 무겁다. 목에 걸면 티가 난다. 두 스트로크로 감는 필름 레버는 한 번에 안 감기면 헷갈리기 쉽다.
노출계가 EBC AE 렌즈 하나에만 들어 있는 점도 불편하다. 다른 화각을 쓸 때는 별도 노출계를 챙겨야 한다. 그 대신 렌즈셔터 방식이라 어떤 속도에서도 플래시가 정확히 터진다.
프레임 하나가 크다 보니 필름 한 롤로 찍을 수 있는 장수가 적다. 신중하게 셔터를 눌러야 한다.
결론
가벼운 산책용 카메라는 아니다. 6×9 포맷을 위해 무게와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카메라다. 다음에도 꺼낼지는 찍을 대상에 달렸다.
가진 카메라를 하나씩 꺼내 보이는 자리다. 오늘은 먼저 훑어본 개요만 적는다. 실제로 들고 찍고, 매뉴얼을 파고든 기록은 다음 글에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