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방파제 등대 앞에서 브이 사인을 한 자화상

강릉 겨울 바다, 혼자 걷던 하루

2011년 1월 29일, 강릉을 혼자 찾았다. 함께 갈 사람을 구하지 않고 나선 여행이었다. 경포호에서 오죽헌까지 하루 동선을 잡았다.

얼어붙은 경포호

강릉 경포호 얼어붙은 호숫가와 갈대, 겨울 아침 풍경

경포호 둘레길, 호수 절반이 얼어 있었다. 갈대 사이로 쌓인 돌들이 아침 햇빛을 받았다. 저 멀리 나무다리 위로 사람 몇이 서 있었다. 물은 얼음과 만나는 경계에서만 옅은 초록빛을 냈다.

강릉 경포호 습지 전망대 데크에서 찍은 자화상

습지 전망대 난간에 기대어 한 장 남겼다. 등 뒤로 호수와 소나무 숲이 펼쳐졌다. 바람이 강해 모자와 목도리를 단단히 여몄다. 그림자가 데크 바닥에 길게 늘어졌다.

파도와 오리

강릉 겨울 바다 파도가 모래사장에 부서지는 모습

호수를 벗어나 바닷가로 옮겼다. 파도가 모래사장까지 밀려와 발자국을 지웠다. 겨울 바다는 생각보다 잔잔하지 않았다. 부서지는 흰 거품이 끊임없이 몰려왔다.

강릉 항구에 떠 있는 오리 떼

항구 물 위로 오리 떼가 줄지어 떠 있었다. 방파제 그늘 아래 잔잔한 물결을 타고 흔들렸다. 몇 마리는 서로 거리를 두고 흩어졌다. 겨울에도 자리를 지키는 새들이었다.

강릉 바닷가 조수웅덩이를 지나는 가오리

바위 조수웅덩이에 가오리 한 마리가 지나갔다. 물이 맑아 등 무늬까지 그대로 비쳤다. 웅덩이 위로는 오리들이 줄지어 헤엄쳤다. 발밑 바위에는 물이끼와 조개껍데기가 붙어 있었다.

방파제와 막국수

강릉 방파제 등대 앞에서 브이 사인을 한 자화상

방파제 등대 앞에서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테트라포드마다 얼음이 두껍게 얼어 있었다. 역광이라 얼굴은 그림자에 묻혔다. 파도 소리만 크게 울렸다.

강릉 송정해변막국수 식당 간판

점심은 송정해변막국수로 정했다. 간판에는 오래된 단골 사진이 붙어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이 간절한 시간이었다.

오죽헌

강릉 오죽헌 한옥 처마와 마당

오후에는 오죽헌으로 걸음을 옮겼다. 처마 곡선이 겨울 햇빛 아래 또렷했다. 문살마다 창호지가 팽팽히 발려 있었다. 마당은 조용했고 발소리만 크게 들렸다.

강릉 오죽헌 향토민속관에 전시된 옛 기와 조각

옆 전시관에는 옛 기와 조각이 놓여 있었다. 연꽃무늬 수막새와 글자가 새겨진 조각이 나란했다. 유리 없이 가까이서 볼 수 있어 한참 들여다봤다. 천 년 전 기와가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혼자 걷기엔 추운 하루였지만, 겨울 바다는 의외로 괜찮았다. 다음에도 겨울 강릉은 다시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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