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문장대, 혼자 걸은 능선
카메라 하나 챙겨 혼자 속리산으로 향했다. 10월 10일, 단풍철을 노리고 나선 길이었다. 법주사 경내부터 걸음을 시작했다.
법주사, 흐릿한 가을

매표소를 지나자 마당 한가운데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가지마다 받침대를 세워 무게를 나눠 지탱하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지만 잔디는 아직 짙은 초록이었다.

산행 전, 카메라를 돌려 셀카를 한 장 남겼다. 빨간 모자에 배낭도 없는 가벼운 차림이었다. 혼자라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었다.

‘俗離山 一柱門’이라 적힌 현판이 일주문 위에 걸려 있었다. 붉은 기둥과 짙은 단청이 눈에 띄었다. 관광객 몇몇이 그 아래를 지나 절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경내 안쪽에 커다란 미륵대불이 서 있었다. 사람들은 발치에 모여 한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뒤로는 가을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마당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이들이 넓게 펼친 종이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무슨 행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구경하는 사람이 꽤 모여 있었다.

점심은 절에서 먹은 밥으로 해결했다. 나물 몇 가지와 계란 하나, 국 한 그릇이 상에 올랐다. 간소했지만 오르막을 앞두고 배는 든든히 채웠다.
문장대로 오르는 길

표지석에 ‘문장대’라는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이라는 주소도 함께 적혀 있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었다.

숲길 중간, 잠시 멈춰 서서 또 한 장 찍었다.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배낭 끈이 어깨를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나무 난간 위로 다람쥐 한 마리가 올라와 있었다. 인기척에도 도망가지 않고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렀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지켜봤다.
능선 위, 노을

능선에 올라서자 나무 난간 너머로 산줄기가 겹겹이 펼쳐졌다. 군데군데 붉게 물든 나무가 보였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아직 푸른 기운이 짙었다.

바위봉우리 위에 서서 골짜기를 내려다봤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뿌옇게 가라앉아 있었다. 붉은 반점 같은 단풍이 능선 아래쪽에 드문드문 박혀 있었다.

해를 등지고 서서 셀카를 한 장 더 찍었다. 얼굴은 그림자로 까맣게 나왔다. 빛이 강해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

산 아래쪽 능선에도 단풍은 절반쯤만 물들어 있었다. 나머지는 여전히 짙은 초록이었다. 10월 10일치고는 이른 편이었다.
어두워진 하산길

난간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다리는 이미 후들거리고 있었다. 해는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었다.

지는 해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고 한 장 더 찍었다.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날 산에서 본 것 중 가장 선명한 색이었다.

절 입구로 다시 내려왔을 땐 이미 사방이 어두워져 있었다. 처마 밑 조명만 흐릿하게 길을 비추고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린 하루였다.
가을 단풍을 보러 갔지만 정작 눈에 들어온 건 안개와 흐린 능선이었다. 혼자라 쉬고 싶을 때 쉬었지만, 오르는 내내 다리는 무거웠다. 단풍이 제대로 물드는 시기를 노려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은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