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산책
출발
나가기 전 차 안에서 털모자를 씌웠다. 줄무늬 티셔츠 위로 흰 점퍼 깃이 올라왔다. 카메라를 들자 입꼬리가 먼저 올라갔다. 차 천장 조명이 모자 위를 비췄다.

한 장 더 찍었다. 이번에는 눈까지 웃었다. 모자 귀덮개가 볼을 감싸 얼굴이 더 동그래 보였다. 뒤로 차창 밖 풍경이 하얗게 날아갔다. 점퍼 앞자락을 두 손으로 쥐었다.

아들은 외출이 언제나 즐겁다.
전동 자동차
공원 산책로에서 전동 자동차를 꺼냈다. 흰색 차체에 아들이 쏙 들어갔다. 줄무늬 후드를 뒤집어쓰고 앞을 봤다. 산 지 1년 만에 처음 밖에서 달린 날이었다.

자동차 산지 1년만에 출동
핸들은 잡았지만 방향은 리모컨이 정했다. 차가 붉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멀어졌다. 뒷모습의 후드 끝이 뾰족하게 솟았다. 길 가장자리 배수로를 따라 곧게 나아갔다.

운전은 리모콘으로
운전석에서 분홍색 뚜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핸들 대신 뚜껑을 쥔 채 앞을 봤다. 차 앞 유리에 하늘이 비쳤다.

밥그릇 뚜껑은 왜 잡고있는지…
후드 끈 사이로 볼이 빨갛게 올라왔다. 한쪽 손은 차 문을 짚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차 안 좌석 색이 검게 비쳤다.

어쨌든 신나하니 됨
아내가 뒤에서 가방을 메고 따라 걸었다. 산책로 끝으로 공원 매점과 캠핑카가 보였다. 멀리 낮은 산 능선이 흐리게 걸렸다.

길 옆에 5번 표지와 축구 골대가 서 있었다. 전동 자동차가 길 한가운데로 달려왔다. 뒤로 낮은 둑과 앙상한 나무들이 이어졌다.

저 언덕 넘어가 논이라서 비료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라와서 미세먼지는 없지만
온갖 똥냄새가 가득했다.
같은 자리에서 한 장을 더 찍었다. 차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아들의 두 손이 핸들 위에 얹혀 있었다. 길 양옆 잔디는 아직 누렇게 말라 있었다. 멀리 도로 위로 차 몇 대가 지나갔다.

바람 부는 잔디밭
차에서 내려 마른 잔디밭에 섰다. 바람이 불자 소매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발밑에 배수구 철망이 보였다. 긴 코트 자락이 무릎 아래까지 내려왔다.

의외로 추움 장갑이 없으니 소매로 대충
아내 옆에 붙어 섰다. 털모자와 목도리를 단단히 여몄다. 아내의 붉은 패딩이 화면 한쪽을 채웠다.

아내가 몸을 숙여 아들 얼굴을 들여다봤다. 아들은 고개를 숙이고 발끝을 봤다. 두 사람 그림자가 잔디 위에 겹쳤다. 아내 치마 끝이 바람에 흔들렸다.

아내가 쪼그려 앉아 소매를 걷어 줬다. 아들은 가만히 서서 손을 내밀었다. 바람 때문에 아내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달리기
잔디밭을 가로질러 뛰기 시작했다. 목도리 끝이 바람에 날렸다. 웃음소리가 멀리까지 퍼졌다. 한 손은 옆으로 쭉 뻗었다.

D810에 구식 D렌즈로 찍으니 뛰어다니면 포커스 날라가는게 반이상이다.
뒤쪽 주차장의 차들이 흐릿하게 번졌다. 두 팔을 벌리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발밑의 배수구 뚜껑을 훌쩍 넘었다. 코트 앞섶이 바람에 벌어졌다.

가장 크게 웃은 컷은 초점이 뒤로 빠졌다. 뒤쪽 풀밭이 오히려 또렷했다. 입을 크게 벌린 얼굴만 부드럽게 번졌다. 그래도 표정은 이 컷이 가장 좋았다.

날라감
바로 다음 컷도 마찬가지였다. 한 손을 앞으로 뻗은 채 웃고 있었다. 목도리 매듭이 가슴 위로 늘어졌다. 초점은 어깨 뒤 잔디에 맺혔다.

이것도 날라감
공원 저편에 정자와 파란 텐트가 보였다. 아들은 그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 기둥이 잔디밭 가장자리에 줄지어 섰다. 뛰던 걸음이 여기서 느려졌다.

다시 가까이 와서 카메라를 올려다봤다. 목도리에 턱이 반쯤 묻혔다. 코트 소매 끝으로 손가락만 나와 있었다.

마지막 컷은 고개를 돌린 옆모습이었다. 털모자 아래로 볼이 붉었다. 시선은 텐트가 있는 쪽을 향했다. 뒤로 정자 지붕이 흐리게 번졌다.

그때와 지금
뛰는 아이를 구식 렌즈로 따라가니 절반 넘게 초점이 빗나갔다. 멈춰 선 컷과 달려오는 컷의 차이가 컸다. 다음에는 연속 초점 모드와 빠른 셔터로 찍겠다. 조리개를 한 단계 조이는 것도 방법이다. 초점이 맞은 컷은 대부분 아이가 멈춰 섰을 때였다.
바람은 차갑고 냄새도 강했지만 아들이 끝까지 웃은 산책이었다. 전동 자동차로 시작해 잔디밭 달리기로 끝난 짧은 외출이었다. 장갑과 여벌 목도리를 챙겨 다시 나갈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