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여행 스냅

후쿠오카

큐슈를 며칠 돌며 찍은 스냅을 모았다. 후쿠오카 도심에는 나무가 빽빽한 골목이 있었다. 돌길 옆으로 작은 물길이 흘렀다. 넓적한 돌판이 비스듬히 깔려 있었다. 나무 그늘 너머로 아파트 건물이 솟아 있었다. 물길 가장자리에는 풀이 자랐다.

나무가 우거진 후쿠오카 도심의 돌길

교차로의 건물 한 면이 초록 식물로 덮여 있었다. 양복 입은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흰 승합차가 교차로를 돌아 나왔다. 빌딩 사이로 하늘이 넓게 트였다. 건물 옥상 위로도 나무가 계단처럼 올라가 있었다.

녹색 벽면 건물이 선 후쿠오카 교차로와 자전거 탄 사람

후쿠오카

길가 버스 정류장 앞으로 자전거가 쉴 새 없이 지나갔다. 지하철 입구가 빌딩 사이에 있었다. 유리 외벽에 건너편 건물이 비쳤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대부분 헬멧 없이 달렸다. 정류장에 선 버스 옆면에 노선 번호가 붙어 있었다.

버스와 자전거가 오가는 후쿠오카 거리

해가 진 뒤 후쿠오카타워에 푸른 조명이 켜졌다. 세로로 세워 한 장에 담았다. 삼각형으로 뾰족한 꼭대기가 짙은 하늘을 찔렀다. 아래쪽 건물에도 불이 들어와 있었다. 유리 외벽에 격자 무늬 조명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푸른 조명이 켜진 후쿠오카타워

후쿠오카타워

셔터를 연 채 카메라를 흔든 한 장이 남았다. 빛이 선처럼 엉켰다. 초록, 빨강, 흰색 선이 화면 가득 휘어졌다. 어디서 찍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장노출로 빛이 어지럽게 흐르는 밤 사진

그냥 찍었던 사진

의미는 없다.

나가사키

나가사키로 넘어갔다. 역 안에는 개찰구가 줄지어 있었다. 천장 가까이 색색의 광고판이 걸렸다. 매표기 앞에 몇 사람이 서 있었다. 바닥에는 노란 점자 블록이 이어졌다. 개찰구 너머로 승강장 쪽 빛이 밝게 들어왔다.

개찰구와 매표기가 있는 나가사키역 안

나가사키역

전망대 계단 위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봤다. 산비탈을 따라 집들이 빼곡하게 올라가 있었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높게 솟았다. 검은 철제 난간이 화면 앞을 비스듬히 가로질렀다. 멀리 겹겹이 이어진 산 능선이 흐리게 보였다. 집들은 대부분 흰 벽에 낮은 지붕이었다.

전망대 계단 너머로 내려다본 나가사키 시가지와 산

나가사키 전망대

동네로 내려오니 길이 넓고 한산했다. 산 아래 건물들 사이로 횡단보도가 그어져 있었다. 신호등 옆으로 전선이 얽혀 있었다. 초록 산자락이 건물 바로 뒤까지 내려왔다. 길가 주차장에 흰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언덕 아래 건물과 횡단보도가 있는 나가사키 동네

나가사키 동네

노면전차 맨 앞 칸에 탔다. 운전석 창 너머로 선로가 곧게 뻗었다. 계기판과 레버가 오래된 나무 벽에 붙어 있었다. 창틀은 금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앞쪽 도로에 흰 승합차가 전차와 나란히 달렸다. 선로 사이로 아스팔트가 이어졌다. 운전석 위쪽 창에 푸른 햇빛 가리개가 달려 있었다.

노면전차 운전석 창 너머로 보이는 선로

트랩타고

기관사가 흰 장갑을 끼고 레버를 잡았다. 모자를 눌러 쓰고 앞만 봤다. 창밖으로 선로와 전차 전선이 이어졌다. 운전석 옆 벽에 작은 거울이 달려 있었다. 전차가 설 때마다 레버를 돌리는 손이 바빴다. 뒤에서 그 손놀림을 한참 구경했다.

장갑을 끼고 노면전차를 운전하는 기관사

운전하는 모습이 어딘가 어설퍼 보였다.

구마모토성

구마모토에서는 하늘이 맑게 갰다. 검은 성벽 위로 천수각이 층층이 올라갔다. 구름이 성 뒤로 크게 퍼졌다. 돌담은 아래가 넓고 위로 갈수록 가파르게 휘었다. 광각으로 가까이 찍어 성이 앞으로 기울어 보였다. 앞쪽 광장에 그림자가 거의 없었다.

구름 낀 파란 하늘 아래 선 구마모토성

구마모토성 하늘이 맑음

자리를 조금 옮겨 한 장 더 찍었다. 성벽 곡선이 아래로 넓게 퍼졌다. 지붕 끝마다 흰 장식이 올라가 있었다. 광장 바닥의 흙이 햇빛에 하얗게 떴다.

구름 낀 파란 하늘 아래 선 구마모토성

광장 끝에서 성 전체를 한 번 더 담았다. 돌담 아래 광장은 넓고 비어 있었다. 양옆으로 초록 나무가 성을 감쌌다.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큰 천수각 옆에 작은 망루가 붙어 있었다.

넓은 광장 너머의 구마모토성 천수각

구마모토성엔 왜 갔는지 기억도 안남

그때와 지금

후쿠오카, 나가사키, 구마모토를 한 번에 돌다 보니 도시마다 사진이 몇 장씩밖에 남지 않았다. 사진마다 이유를 달지 않고 눈에 띄는 대로 셔터를 눌렀다. 도시 풍경과 성, 전차가 한 글에 섞인 까닭이다. 다시 간다면 한 도시에 하루씩 머물며 천천히 걷겠다. 나가사키에서는 노면전차를 타고 종점까지 가 보고 싶다. 구마모토성은 맑은 날 다시 가서 성 안쪽까지 둘러볼 생각이다.

그래도 맑은 날의 구마모토성과 노면전차 앞자리는 다시 볼 만한 장면이었다. 기억은 흐려졌어도 사진은 그날의 하늘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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