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설악 쏘라노에 짐을 풀고 설악산 소공원과 대포항, 밤의 속초해수욕장까지 돌았다. 둘째 날은 방파제와 한낮의 해수욕장, 해바라기밭과 카페를 거쳤다.
셋째 날 들른 강릉 바다는 비가 내려 카메라를 꺼내지 못했다. 사진은 모두 니콘 Z8로 찍었다.
첫째 날, 설악 쏘라노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아들이 먼저 복도를 앞질러 갔다. 체크인을 마친 뒤에는 건물 앞 정원으로 나가 벤치 하나를 한참 차지했다.
노란 벽이 길게 이어진 숙소 복도다. 아들이 양손을 허리 뒤에 붙이고 앞장서서 걸었다. 복도 끝 비상등 불빛이 타일 바닥에 번져 있다.숙소 안 오락실의 인형뽑기 기계 앞이다. 아들이 유리 너머 인형을 보며 버튼에 손을 올렸다. 옆에서 뻗은 손이 아들 셔츠 자락을 붙잡고 있다. 분홍 조명 때문에 기계 안 인형들이 모두 파랗게 떠 보인다.정원 가운데 놓인 검은 철제 벤치다. 등받이에 잎사귀 모양 무늬가 들어가 있다. 아들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손에 든 카드를 넘겼다. 뒤로 원뿔처럼 솟은 나무 한 그루가 벤치를 지키고 섰다.렌즈를 넓게 바꿔 같은 벤치를 멀리서 담았다. 연노랑 건물이 왼쪽에서 화면 안쪽으로 길게 뻗고, 끝에 아치 문이 보인다. 하늘에는 새털구름이 옅게 걸렸다. 벤치 위 아들은 손톱만 하게 줄었다.벤치 정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닥의 체크무늬 타일이 벤치 앞에서 끊기고 회색 보도가 이어진다. 아치 너머로 흰 차 한 대가 서 있다. 아들은 손을 입가에 댄 채 카메라를 봤다.
설악산 소공원
오후에는 설악산 소공원 쪽으로 차를 몰았다. 큰 산행은 하지 않고 식당 안내판을 지나 돌다리를 건너는 데까지만 걸었다.
소공원 초입, 나무 기둥에 ‘다래정식당’ 안내판이 걸려 있다. 안내판 위에는 노란 얼굴 캐릭터 조각이 붙었다. 아들은 안내판은 보지 않고 발밑 벽돌길을 보며 지나갔다.기와 불사를 받는 오래된 목조 건물 앞이다. 글씨를 적어 넣은 검은 기와가 담벼락을 따라 비스듬히 쌓여 있다. 판자 벽은 비바람에 결이 드러났다. 아들이 파란 모자를 눌러쓰고 그 앞을 걸어왔다.길 위에서 아들이 손에 쥔 것을 내밀며 다가왔다. 조리개를 열어 뒤편 건물과 길을 흐리게 날렸다. 회색 티셔츠 가슴의 노란 웃는 얼굴만 또렷하다.계단 옆에 앉은 돌짐승 석상은 아들 키보다 크다. 아들이 계단을 오르다 석상의 둥근 코에 손을 얹었다. 계단 위로는 거대한 석조 기단이 이어진다.몇 걸음 더 가더니 아예 석상 머리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석상의 말린 수염과 부릅뜬 눈이 아들 팔 아래에 깔렸다. 계단 돌은 오후 빛에 하얗게 떴다.흰 돌난간이 이어진 다리다. 숲 너머로 회색 바위 봉우리가 머리를 내밀었다. 아들은 난간 기둥의 돌짐승을 한 번 올려다보고 다리 가운데로 걸어 나왔다.조금 물러나서 다리 전체를 넣었다. 난간 구멍마다 꽃잎 모양이 뚫려 있고, 양 끝 기둥에 돌짐승이 한 마리씩 앉았다. 바위 봉우리는 구름 사이로 윗부분만 드러났다.다리 위에서 아들이 카메라 쪽으로 뛰어왔다. 초점은 아들에게 두고 난간과 돌짐승은 흐리게 뭉갰다. 두 팔이 앞뒤로 크게 흔들렸다.다리를 건너 굽은 산책로로 내려섰다. 아들이 돌난간 옆 풀섶에 무언가 있는지 몸을 숙여 들여다봤다. 나뭇가지가 길 위로 낮게 드리웠다.이끼 낀 나무 밑동 앞에서 아들이 쪼그려 앉았다. 주변 돌을 하나씩 집어 작은 돌탑을 올렸다. 나무 뿌리 틈에 담쟁이 잎이 붙어 자랐다.자갈이 깔린 쉼터로 나왔다. 회색 벤치에 앉은 아들이 손에 든 돌멩이를 만지작거렸다. 뒤로 접힌 흰 파라솔과 물가 쪽 길이 보인다.
대포항의 저녁
해가 넘어갈 무렵 대포항으로 옮겼다. 바람이 차가워져 아들은 검은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대포항 물가 난간 앞이다. 건너편 가게 간판에 불이 들어오면서 물 위에 빨강, 초록, 파랑 줄이 길게 번졌다. 아들은 바람막이 모자를 뒤집어쓰고 검은 볼라드에 기댔다.한 걸음 물러나 하늘까지 넣었다. 산 능선 위로 구름이 두껍게 깔렸고, 가게 불빛만 점점 선명해졌다. 난간 옆 노란 흡연구역 안내판이 화면의 유일한 원색이다.저녁을 먹은 식당 테이블에서 아들이 카드를 펼쳤다. 테이블 모서리에 주문용 QR 코드 판이 붙어 있다.
밤의 속초해수욕장
저녁을 먹고 속초해수욕장으로 걸어 나갔다. 대관람차에 불이 들어와 있었고 모래사장에는 밤바람을 쐬러 나온 사람이 많았다.
모래사장에 비스듬히 박힌 커다란 흰 액자 조형물이 있다. 액자 안에 분홍과 흰 불빛의 대관람차가 들어오도록 자리를 잡았다. 아들은 액자 오른쪽 모서리 안에 섰다.같은 자리를 세로로 다시 찍었다. 아래쪽 절반을 모래사장에 내주니 발자국이 파도처럼 겹쳐 보인다. 대관람차 가운데 빨간 원이 액자 한복판에 걸렸다.해변 앞 광장에서 아들이 빛나는 장난감을 바닥에 던지고 쫓아갔다. 셔터가 느려 아들과 주변 사람들이 모두 흔들렸다. 바닥에 떨어진 장난감의 보라색 빛만 점으로 남았다.해변 산책로에서 한 장 더 남겼다. 아들 손의 장난감이 파랗게 빛나고, 뒤로 대관람차가 청록색으로 바뀌었다. 길가 화단의 분홍 꽃이 가로등 빛을 받았다.
둘째 날, 방파제와 빨간 등대
둘째 날 점심 무렵 방파제로 나갔다. 구름이 하늘을 조각조각 덮고 있어 사진이 밋밋하지 않았다.
방파제로 올라가는 콘크리트 계단이다. 아들이 계단 꼭대기에 서서 팔로 얼굴을 가렸다. 계단 아래 낮은 자리에서 올려 찍어 흰 난간이 하늘로 솟았다.계단 위에서 아들이 뛰기 시작했다. 계단 꼭대기에서 무릎을 굽혀 도약을 준비하는 순간이다. 양쪽 난간이 화면 가운데로 모였다.연사로 수십 장을 남겼고 그중 가장 높이 뜬 한 장이다. 무릎을 가슴까지 접어 발이 난간 가로대 높이에 닿았다.방파제 위로 올라서니 난간 너머로 테트라포드가 빽빽이 쌓여 있다. 아들이 난간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섰다. 수평선 쪽 하늘은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방파제 끝에 빨간 등대가 서 있다. 아들이 고개를 숙이고 등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등대만 빨갛고 나머지는 모두 회색과 흰색이다.돌아오는 길은 방파제가 끝없이 곧게 뻗었다. 아내가 양산을 펴 들었고 아들이 그 옆에 붙어 섰다. 둘 다 난간 너머 테트라포드 틈을 들여다봤다.난간 위에 갈매기 한 마리가 앉아 건너편을 보고 있다. 건너편 해안에는 고층 건물이 모여 섰고, 물 위로 노란 부표가 떠 있다. 하늘은 다시 회색으로 덮였다.갈매기가 난간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흰 난간 사이 빈칸에 날개를 편 모습이 정확히 걸렸다. 바다 색은 난간 아래로 갈수록 짙어졌다.
한낮의 속초해수욕장
방파제에서 내려와 속초해수욕장으로 다시 걸었다. 밤에 봤던 모래사장이 낮에는 그네와 파라솔로 채워져 있었다.
해수욕장 입구의 원형 나무 데크 광장이다. 흰 기둥 조형물이 하늘로 높이 솟았고, 뒤로 전광판과 주차된 차들이 보인다. 아들은 데크 위를 가로질러 걸었다.가게 앞 나무 데크에 아들이 앉아 쉬었다. 옆에 검은 가방이 놓였다. 신발은 벗겨질 듯 발끝에 걸려 있다.모래사장 한쪽에 그네가 있다. 아들이 바다 쪽을 보고 그네에 앉았다. 초가지붕 파라솔 아래로 사람들이 드문드문 서 있다.그네에서 내려와 아내와 아들이 모래 위에 나란히 앉았다. 둘 다 등을 보인 채 한동안 바다만 봤다. 아내 원피스의 체크무늬가 모래색 사이에서 짙게 도드라진다.아들이 물가까지 내려가 파도가 발끝에 닿을 듯 말 듯한 자리에 섰다. 바다는 흐린 하늘을 받아 옥색으로 가라앉았다.다시 그네로 돌아왔다. 아들이 그네를 높이 밀어 올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벗겨진 신발 한 짝이 그네 아래 모래에 떨어져 있다.그네 앞에 서서 가까이 찍었다. 초록 줄을 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가 있다. 뒤편 나무 데크와 모래사장은 흐리게 풀렸다.
해바라기밭
해수욕장을 나와 해바라기밭에 들렀다. 고개를 숙인 꽃송이가 많았다.
해바라기 키가 아들보다 훨씬 크다. 꽃송이는 대부분 땅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머리 위로 전깃줄이 여러 가닥 지나갔다.가로로 넓게 잡아 해바라기밭 폭을 넣었다. 아들이 두 손을 배 앞에 모으고 섰다. 잎마다 벌레 먹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한 걸음 다가가 상반신만 담았다. 뒤편 해바라기 꽃송이 몇 개가 아들 어깨 높이에 걸렸다. 흐린 날이라 노란색이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창 넓은 카페
마지막으로 창이 넓은 카페에 들어가 쉬었다. 통창 너머로 풀밭과 나무가 그대로 보이는 자리였다.
카페 통창 옆 나무 의자에 아들이 앉았다. 뒤편으로 빵이 가득한 진열장과 둥근 조명이 줄지어 있다. 창밖 테라스의 초록 철제 의자가 화면 왼쪽에 걸렸다.초록 철제 의자 다리 사이에 노란 줄무늬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매달려 있다. 초점은 거미에만 맞고 의자 등받이는 흐리게 풀렸다.아내가 긴 나무 테이블 끝에 앉아 창밖을 봤다. 창밖은 풀밭과 가느다란 나무들이 채웠다. 테이블 나뭇결이 창빛을 받아 길게 반짝였다.
셋째 날, 비 오는 강릉
셋째 날은 강릉 바다를 들렀다. 그날은 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굵어 카메라는 가방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이 여행의 마지막 날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빈칸이다.
동선 메모
날짜
이동 순서
첫째 날
설악 쏘라노 → 설악산 소공원 → 대포항 → 속초해수욕장(밤)
둘째 날
방파제·빨간 등대 → 속초해수욕장(낮) → 해바라기밭 → 카페
셋째 날
강릉 바다(비, 사진 없음) → 귀가
정리
속초는 숙소와 산, 항구와 해변이 차로 금방 닿아 아이와 다니기에 동선이 짧았다. 다시 간다면 같은 순서로 돌되, 강릉은 날씨를 보고 날을 정하겠다.